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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집중분석]"I need a ticket!"

암표(Ticket Scalping)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매형과 함께 동대문야구장을 찾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고교야구를 관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매형의 손에는 티켓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티켓 없이 어떻게 구경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당시 매형은 모르는 아저씨와 가격 흥정을 한 후 표를 건네 받았다. 어른이 된 후 생각해 보니 매형은 ‘암표’를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은 암표 거래가 불법이라 거래할 때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미국은 주마다 암표에 대한 해석이 다른데 일리노이주의 경우 암표 거래는 합법적이다. 암표(Ticket Scalping)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 암표: 액면가의 10배, 20배, 30배...

LA에 거주하는 한인 B씨는 지난 2002년 월드시리즈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디슨 필드를 찾았다.

티켓은 이미 오래전에 매진됐기 때문에 B씨는 암표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외야석 액면가는 60달러였는데 암표상이 6백달러를 요구하는 바람에 경기 관전을 포기한 B씨는 “2-3백달러였으면 구입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거의 10배 이상의 웃돈을 줘야 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미국 스포츠 역사상 공식적으로 알려진 가장 비싼 암표는 2001년에 열린 제35회 수퍼보울 경기에서 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액면가가 350달러였던 수퍼보울 티켓을 맨해턴의 젊은 사업가들이 무려 4천달러에 구입했다고 한다.

비공식적인 거래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난 1998년에 열렸던 FIFA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주최국인 프랑스가 전체 티켓의 8%만을 해당 경기 당사국 팬들에게 배분하는 바람에 조국에서 프랑스까지 응원 온 다수의 팬들은 액면가의 10배 이상을 주고 티켓을 샀다고 한다.



■ 불법? 합법?
일리노이주의 경우 암표 거래는 합법적이다. 단, 티켓 리셀러 라이선스를 주정부로부터 발급받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 경우 ‘암표’는 ‘리셀링 티켓’이라는 표현으로 근사하게 포장된다.

캘리포니아주는 액면가 이상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경기장 주변에서 암표를 거래하는 것이 적발될 경우 경범죄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리노이주와 마찬가지로 티켓 브로커들이 수수료를 떼고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이러한 법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단속이 없어 불법 암표상들은 항상 경기장 주변에서 배회한다. 이들은 ‘티켓이 필요하다(I need ticket)’이라는 안내문을 들고 서서 암표 구매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실제 이들은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암표 장사꾼이다.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액면가 이상으로 티켓을 판매할 경우 범법 행위로 처리되는 주는 코네티컷, 플로리다,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네소타, 미주리 등이다. 또 뉴멕시코, 미시시피 주는 대학 스포츠 경기 티켓을 액면가 이상으로 판매하면 안 된다.

암표 거래가 합법이지만 제한이 있는 주는 뉴저지와 뉴욕주다.

이들 주에서는 액면가의 20%가 넘게 티켓을 팔면 불법이다. 그러나 티켓 브로커나 시즌 티켓 구매자들은 최고 50%까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암표 거래와 관련된 법은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르며 또한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 판매자의 거주지, 구매자의 거주지 등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e베이와 같은 곳에서 티켓을 판매할 경우 정부도 암표 거래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 왜? 암표상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나
스포츠 경기 및 공연 티켓 전문 사이트는 미리 티켓을 다량 구매한다. 그리고 ‘높은 수수료’를 붙여 재판매해 쏠쏠히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같은 비즈니스가 성공을 거두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나 공연 관람을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즉흥적으로 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위 ‘좋은 자리’에 대한 욕구를 이들 판매상들은 잘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해당 판매처를 찾아 긴 줄을 서서 몇 시간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리셀러를 통해 표를 얻으려고 한다. 일부 암표상은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과 노력의 대가를 받는 것인데 왜 불법인가? 이제 암표 판매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영국과 미국에서 각종 이벤트와 관련된 티켓 리셀링과 암표 거래 시장은 2억달러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리셀러와 암표상의 세계
Ticketguide.org에 따르면 티켓 브로커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을 통해 ‘좋은 자리’의 티켓을 다량 구입해 이를 비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좋은 자리’를 전통적인 티켓 구입 방법으로는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 웹사이트의 설명이다.

리셀러(Broker)들은 정식으로 팔지 못한 여분의 티켓이 있을 경우 암표상(Scalper)에게 이를 넘겨주는 뒷거래를 이용하기도 하고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 전문가들의 암표 거래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부 경제 분석가는 “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자유 경쟁 체제가 되면 오히려 중간 마진이 내려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전문가들은 “법으로 철저히 다스려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병기 기자


[아시나요: 암표의 유래]
암표 거래는 영어로 Ticket Scalping이라고 한다. 암표 거래상을 Scalper라고 부른다. Scalp는 ‘머릿 가죽’이라 뜻인데 옛날에 북미의 인디언이 적의 시체에서 머리카락째 벗겨내 전리품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 어원이 ‘바가지를 씌운다’는 암표의 의미로 변질됐다고 한다.

일본어로는 어둠을 뜻하는 ‘야미’로 통한다. 본격적인 암표의 시초는 로마제국 시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에 황제와 함께 입장하려는 관리와 시민들이 북새통을 이뤘으며 입장권을 웃돈을 받고 넘겨주는 일이 성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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