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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눈먼 돈의 임자는?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돈에 관련된 우리 용어도 참 여러 가지다. 유자에 따라서, 또 쓰임새나 상대의 품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우선 ‘코묻은 돈’은 흔히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돈을 뜻한다. ‘용돈’ 은 자신이 번 돈도 있지만 윗사람과 아랫사람간 타쓰는 돈이기도 하다.

‘목돈’에는 한푼의 ‘푼돈’이라도 아끼고 절약해 모은 서민들의 애환이 듬뿍 담겨 있다.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는 속담 속의 돈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판돈’은 일확천금의 ‘공돈’을 노리는 무리들의 노름판에서 사용되는 돈이다. 뒷돈·웃돈·뭉칫돈은 부정하고 음흉한 거래의 냄새가 가득한 돈이다. 이들을 ‘검은 돈’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고국의 썩은 정치판에서 오간 정치자금이 이런 돈들일 것이다.

‘눈먼 돈’이라는 것도 있다. ‘촌지’처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입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부분 관리감시가 소홀하거나 주인의 실체가 불확실한 경우의 돈을 빙자한 은어다. 기금·후원금·부금 등 여러 공적자금 즉 공금을 두고 하는 소리다.

한국인들중 특히 이런 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들이 많아 이런 말이 생겼다. ‘공적자금은 눈먼 돈’ ‘눈먼 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미주지역 동포사회 단체중 일부에서도 기금이나 후원금 등의 공금을 ‘눈먼 돈’쯤으로 생각해온 사례가 아주 흔한 것 같다. 이런 결과는 아예 회계·결산보고를 하지 않거나 늑장·허위보고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단체일수록 전임자와 후임자간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다.

불투명한 회계관행은 우리 동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공금 사용중 간혹 자세한 용처 기록이 빠져 누락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천달러 이상의 거액인 경우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단체장이나 관계자중 일부가 공금을 마구잡이로 쓰는 버릇을 좀처럼 고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인사회 단체장이나 관계자중 극히 일부는 공금을 개인돈처럼 쓰거나 단체이름을 빙자한 개인용도로 지출하는 수도 많았다고 한다. 무언가 뒤가 구리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한인대학 설립계획으로 수만달러의 기부금을 거둔 뒤 이 기금이 그대로 증발한 것으로 알려진 경우도 비근한 예다. 회비를 꼬박꼬박 거둔 모 단체 회장이 한번도 회계보고를 하지 않아 결국 축출된 일도 있다.

역시 ‘공금은 눈먼 돈,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말을 실감시켜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도네이션에 임하는 동포들의 마음까지 짓밟는 부류들이다. 각종 도네이션에는 동포 어린이들의 코묻은 돈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이민생활에 피땀흘려 번 한푼 한푼을 아껴 내놓은 정성어린 푼돈이나 용돈도 들어있다. 이들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한인끼리 불신을 초래하는 커다란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돈’, 즉 ‘Money’는 라틴어 ‘Moneta’가 어원이다. 원뜻은 ‘경고’ 또는 ‘충고’ 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수단이기는 하나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 한인들은 유대인들처럼 동포사회에서 추방해버리는 조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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