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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慢慢地)'와 '콰이콰이더(快快的)'

흔히들 중국인을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중의 하나가 '만만디'이고, 한국인을 묘사하는 것중의 하나는 '빨리빨리'라고들 한다.
물론 사람마다 개성과 사고방식, 그리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필자는 신학교에서 수학할 동안 중국대륙에서 미국에 유학온 학생들과 학자들로 이루어진 중국인 교회를 섬기면서 겪었던 것들을 통해 '만만디'문화와 '콰이콰이디'문화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교회에서 약 4년반 동안의 사역기간동안 처음 2년여의 기간 동안을 나의 열정과 교우들과 깊이 사귀고 싶은 열망과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교우들과의 관계가 언제나 피상적이고 겉도는 것같은 느낌으로 말미암아 많은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물론 폐쇄되고 통제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중국 유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박사과정이나 그 이상의 프로그램을 위해 온 사람들로서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춘 대화가 통하는 마음들임으로 고려할 때, 나의 좌절감의 원인중의 하나가 중국인 특유의 문화적인 요소로 부터 오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되었다.

성경공부나 기도모임등 그룹으로 만날 때는 의례적인 수준에서(?) 그렇게 친하고 다정한 관계지만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거의 아무런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다.
교회안에서 외국인으로는 우리가정 하나뿐이고 그것도 교회의 사역자로 보수도 없이(?) 일하는데 참 너무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할 때가 많았다.
지역내의 다른 한인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인신학생들은 어느정도 사역비도 받고 여러모로 교우들과 친교를 맺고 사는데 언제나 혼자이고 외톨이 같은 외로움과 씁쓸함이 나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듯 꽤 오랜동안 대부분의 중국교우들은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니게 나와 변함없는 관계를 맺고 지냈다.
그것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또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인간관계를 오랜동안 맺고 살면서 나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지를 여러모로 살펴보면서 '만만디'하게 서두르지 않고 우정의 탑을 쌓기위한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한국적인 문화대로 하자면 한사람 한사람씩 만나서 밤을 세워서라도 이야기를 하여 가능하면 최고로 빠른 시간내에 서로간의 가정이며, 생각이며, 사고방식등을 알아버려 금방 친하디 친한 관계로 발전하고야 말텐데….. 참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김재범<목사>

김재범<목사>

그러다 어느사이 자연스럽게4년째에 접어든 어느 날부터 한사람이 나와 '펑여우(朋友,친구)' 관계가 되면서 밭에 심은 감자줄기 하나를 당기니 줄기에 붙어 땅속에 숨어 있던 감자들이 딸려 나오듯이 거의 일시에 많은 '펑여우'가 생기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처럼 미적지근했던 관계가 따스한 온돌방처럼 변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뭐든 내가 필요한 것은 물질이든 학교일이든 교회일이든 마음을 다해 돕고 지원하여 '만만디'로 이루어진 관계의 무한한 잠재력에 압도되고 말았다.

성경은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참고 인내하면 나중에 '만만디'가 가져다주는 축복은 온전하고 완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해 주신다'(약1:4)고 약속하신다.
순식간에 '콰이콰이디(快快地)'로 데워지는 관계는 그만큼 빨리 식는다.
뚝배기처럼 서서히 '만만디'로 데워진 관계는 그만큼 오래가고 진실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버지품으로 돌아오기를 천년을 하루같이 오래 참음으로 기다리시는 우리 주님의 진하디 진한 '만만디'한 사랑을 (벧후3:8-9)' 이땅의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콰이콰이더(快快的)'하게 누리시기를 기도한다.
漢字讀音: 慢慢地(만만지) / 快快的(쾌쾌지) / 朋友(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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