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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쳐앤드라이프-경상도의 하나님

해마다 봄은 오지만
- 도종환(시인)
풀빛이 짙어오니 서러움도 짙습니다
모든 것이 다 돌아오는데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옷고름 끄르고
당신에게 다 쏟아주고픈
겨우내 기다려온 내 마음을
받아줄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해마다 맑은 빛을 거느리고 봄은 오지만
올해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배미순<편집위원>

배미순<편집위원>



시편 23편은 언제나 믿는자들에게는‘인기 짱 !’인 구절인 모양이다.
어느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경상도 사투리 버전, 전라도 버전, 충청도 버전…등이 생겨 신도들을 킬킬거리게 만든다.

경상도 버전은 ‘아따 ! 여호와가 시방 나의 목자신디 나가 부족함이 있건냐 !’로 시작하는 전라도 버전과는 또 다른 언어의 감칠 맛이 있다.
말하자면 이렇다.

‘여호와는 내 목짠기라, 그라이 내사 마 답답할 게 없데이… 내 인생이 억수로 복잡타 캐싸도 저 양반이 맨날 지키줄낀데 내사 마 딱 붙어가 때리지기도 안 떠날끼데이.’
내가 바로 그런 경상도 사람이어선지 “성경 한 구절 갖고 이렇게 모두들 싱겁을 떨어도 될랑가 몰라. 내 하나님 화내시면 우짤기고 마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신자, 불신자 할 것없이 이렇게 하나 저렇게 되나 그 구절이 심장에 콱 꽉 가서 박힐끼니까 그래도 하나님 마음이 쪼매 괜찮겠지?”하고 만다.

내 룸메이트도 언제나 경상도 버전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 오늘 저녁엔 정말 너무너무 피곤한 기라예. 그래서 그냥 밤기도 생략하고 잡니데이. 그리 아이소.”라고.
언젠가 시도 때도 없이 전국적으로 로토열풍이 휘몰아칠 때였다.
기어이 꼭 한번은 될 듯 말 듯 그랬던가 보았다.
일하는 도중에 언제가서 번개같이 그걸 사는지, 몇번이고 로토를 산다는 걸 알고 불평했더니, 그도 미안했던지 “하나님 ! 내가 이래봐도 명색이 시카고의 장론데, 장로가 로토에 당선돼서 신문에 나고 부자가 되면 우짤라고 그러십니꺼? 그렇게 되기전에 내 기도 좀 제발 들어주이소 !”했단다.
그런 응답에 재미가 들어서인지 그후엔 언제나 기도할 때는‘경상도의 하나님’에게 떼를 쓰곤 한다.

얼마전 둘째 아이의 매치데이가 다가왔을 때도 그랬다.
아침형인간이 아니라 꼭두새벽형 인간인 그는 내가 부시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언제나 책상머리에 단정히 앉아 떼(?)를 쓰고 있다.

“하나님 ! 내가 우리 예쁜 손녀 한주일이라도 못보면 몸살나 못사는 거 알지예? 타주 병원으로 매치되면 나 맨날 맨날 교회 빼묵고 타주 가느라 정신 없을낀데 그렇게 안되게 할라카믄 제발 우리 아들 시카고에 있게 해주이소 예?”
내가 아는 하나님은 언제나 마음 약한 분이라, 그는 옆에서 떼 쓰고 잠꾸러기인 나는 옆에서 후렴만 넣어도‘오냐, 오냐. 그렇게 해주마’약속하고 만다.
그러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비법까지 터득하는 데는 적지않은 세월이 걸렸다.

최근에는 급한 기도부터 떼를 써야하므로 우선순위를 매긴다.
하나, 둘 매듭풀리듯 풀리면 그 다음 순위가 맨 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재미있다.
그리고 주위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서‘기도빨 세다’는 소리 듣는 게 더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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