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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욱 대기자 칼럼]진보적 보수주의와 보수적 진보주의

미국 정치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선거 쟁점 못하지 않게 후보의 성향도 복잡해지고 있다. 종전과 달리 보수 정치인과 진보 정치인의 경계선이 흐릿해지고 있다. 보수적 진보주의자와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새로운 구분이 필요할 정도가 됐다. 중도 우파나 중도 좌파 같은 표현도 이미 구세대 표현이 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후보는 골수 공화당원인 존 매케인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다. 내각제 정치체제에서 동거정부가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소속 당을 보고 후보의 정치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던 사람들은 일순간 당혹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에서 당의 이름으로 대표하던 이념은 이미 퇴색한 것이냐는 의문마저 가졌다. 케리가 결국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경쟁자였던 존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결정하면서 그같은 의문도 함께 시들기는 했지만 그 여운은 미국 정치에 적지 않은 무늬를 남긴다.

구 소련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사라지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이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미국도 보수와 진보가 마찬가지로 혼돈 상태에 들어가 있다.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의 진보 보수 조합은 개체간의 조합이다. 그러나 요즘 미국 정치인들 가운데는 한 몸에 진보와 보수를 동시에 무장하고 나서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퓨(PEW)연구소의 앤드루 코헛 소장은 이를 가리켜 개체별 진보 보수의 구분이 아니라 각 개체 내부의 진보 보수의 혼합이라고 설명했다. 코헛 소장은 미국 사회는 이제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이념의 색갈은 이슈별 색갈 혼합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인 다수는 사회문제에서는 진보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경제에서는 보수적 다시 말해 자유경제론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사회문제와 경제문제 모두에서 진보노선이냐 보수노선이냐 나뉘어지던 것이 이제는 그런 단순 구분이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케리-매케인의 조합 시도는 경제문제에서 진보적인 케리가 사회와 안보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동반자가 필요했음을 시사한다. 이같은 정치적 필요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공화당의 부시 진영에서 네오콘의 리더로 지칭되는 딕 체니 부통령 대신 다른 러닝메이트를 영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단순한 인기전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에 따르면 미국민의 보수 진보 성향 조사에서 응답자의 33%는 보수로 20%는 진보라고 각각 대답했다. 나머지 47%는 이른바 중도인 셈이다.

미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의 혼합체다. 이들 중도의 다수는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서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세금인하와 규제 완화 등 경제문제에서는 보수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공화당의 골수 보수주의든 민주당의 골수 진보주의든 모두가 미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골수 보수주의자는 골수 진보주의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골수 진보주의자는 골수 보수주의자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연유다. 이번 미국 선거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또한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 있다. 케리-매케인의 여운은 결코 일과성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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