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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문] 닭갈비와 함께하는 탁상공론

 호반의 도시 춘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막국수와 닭갈비이다. 그중에서도 두툼한 무쇠철판에 양배추와 고구마 등 다른 야채와 곁들여서 지글지글 구워가며 즐기는 닭갈비의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정말 일품이다.

지금의 닭갈비 유래는 확실하게 전해지지 않으나 50년대 현 강원은행 본점자리에서 김씨라는 사람이 시작했다는 설, 70년대초 한 돼지 갈빗집에서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렵자 닭고기를 갈비처럼 발라 내놓으면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도계장이 많은 동네에서 버리다시피 하는 닭갈비 살을 발라내어 번듯한 먹거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 닭갈비란 한자로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중국의 ‘후한서’ 양수전에 나오는 말로서 ‘무엇을 취해봐도 이렇다할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경우’를 비유할 때 쓰인다. 중국이 삼국시대로 접어들기 1년전 219년 후한(後漢) 말에 위(魏)나라 조조(曹操)와 촉(蜀)나라 유비(劉備)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울 때의 일이다. 유비의 군사가 제갈량(諸葛亮)의 계책에 따라 정면대결을 피한 채 시종 상대의 보급로 차단에만 주력하면서 배가 고파 도망치는 군사가 속출하자 조조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하루는 부하 하후돈이 야간구호를 정해 달라며 밤늦게 조조를 찾아갔더니 조조가 저녁상으로 올라온 닭갈비를 쳐다보며 다만 “계륵(鷄肋)이야 계륵” 이라고만 중얼거렸다. 하후돈이 계륵을 그대로 군호로 받아 가지고 돌아오자 주부(主簿) 벼슬에 있는 양수(楊修)가 조조의 속마음을 읽고 서둘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해석은 “닭의 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결국 이곳을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땅은 아니라는 뜻이니 버리고 돌아갈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그대로 적중하여 결국 조조는 한중에서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로부터 계륵이란 가지고 있자니 애물단지이고 버리자니 아까운 사물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참 많은 계륵들을 접하고 산다. 몇 페이지 들춰보고 팽개친 세계사상전집 세트라던가, 소파 또는 베드나 벽지 색깔 등 어느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 큼직한 안락의자, 한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구식 책상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남 주기도 민망할 뿐더러, 가뜩이나 좁아터진 집안을 옹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쾌적하게 정리하려면 이것들을 과감히 처분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버리면서도 뒤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비지니스에서도 계륵을 놓고 결단해야 할 때가 많다. 오랜 동안 한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프로젝트가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계륵이 되고마는 경우가 있다. 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에서 단연 축소 내지는 퇴출 대상 1호가 되기 쉽상이다. 기업들은 계륵이 되어버린 사업이나 아이템들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사업기반을 재구축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그렇다고 계륵이란 미련없이 과감하게 버려야할 대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어쩌면 계륵 그 자체는 애초에 행위의 목적이 될 만큼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의 변화 내지는 행위자의 당초 의도가 바뀜으로써 계륵으로 전락된 것이 많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맞게 계륵은 재활용되기도 하고 새로운 활용법에 맞게 수정될 수도 있다. 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고쳐서 새롭게 쓰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닭갈비를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그저 계륵으로 취급한 것이 아니라 갖은 양념을 곁들이고 닭껍질 기름으로 철판에 둘으며 구어내는 새로운 조리법으로 오늘날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맛깔스런 먹거리로 재창조하였듯이 계륵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것들에 다시 한번 각별한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런지.

 (버지니아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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