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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의 이민생활] 나는 한국인 그리고 미국인

 1990년 미국에 이민 올 당시, 나는 미국 대학 과정만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가 새롭게 얻은 서양 지식으로 한국내 전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굳게 결심을 하였다. 나름대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학부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국제 교류를 공부하였다.

그런데 곧 돌아가리라 생각하며 미련을 전혀 갖지 않았던 나라, 미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인 자동차 업계에서 벤츠를 판매하고 있다. 더우기 이제는 친정 부모님까지 초청하여 모든 가족이 미국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이민 오신 많은 분들이 그렇하듯 나도 처음에는 이 생경한 땅이 도무지 나의 살 곳이라는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다양한 인종을 포용할 수 있는 그 신비로운 조화에 이끌려 이제는 미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중에 하나가 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동료 직원들은 잠시 틈을 내어 선거에 참여했다. 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부지런한 동료들 중에는, 출근 전에 이미 투표를 마쳤다 한다. 나도 퇴근 후에 대통령 선거에 참가 하기위해 투표장에 갔더니 끝이 안보이도록 길게 늘어선 줄을보고 처음에는 아연 실색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미리 신청을 해둔 덕분에 장시간 기다리지 않고 무사히 투표를 하고 선거장을 나왔다.

 그 중에는 유난히 동양인들과 아랍계 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모든 인종이 한곳에 모여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하기 위해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아, 이것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구나'하는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누구나가 그저 생계에 매달리다가, 모였다하면 정치인들을 욕하지만 막상 참여해야 할 때는 나몰라라 하기가 일쑤이다. 또한 한국 정치인들은 해야할 일은 그저 뒤로하고 세속적인 실속이나 챙기면서 서로 욕을 하고 싸우는 문화를 오랜 세월 당연시 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질서가 결여된 한국 정치 문화에서는 보기드문, 외국계 시민권자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와 동등한 권리 행사야 말로 미국에서만이 찿아볼 수 있는 성숙한 정치 문화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발언권을 확대하며 미국 사회에 영향을 주는 민족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할 때이다. 내가 서 있는 그 분야에서 투철한 프로 정신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그저 삶의 고달픔에 얽매여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목적없이 사는 삶에서 탈피하여야 할 때이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을 일깨워 줄 때이다.

 단순히 설날에 한복을 입혀 주고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대인들은 유대인의 교육을 전수하고 중국인들은 중국의 정신 세계를 전수하듯이, 우리 한인들은 과연 우리 2세들에게 무엇을 전수해야 하는가?

 미국과 같이 기회가 많고 논리가 살아있어 열심히 살면 그만큼 댓가가 주어지는 미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전수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 이민 1세대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조용히 저력을 키워나가는 알찬 민족, 본국에 역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도움이 돼 줄 수 있는 민족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없는 정진을 오늘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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