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의 조작도

역사를 찾아서-김영희<미술평론가>

종이에 수묵을 사용해 그린 <조작도(鳥鵲圖)> 는 세련된 필법과 적절한 묵법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선비화가 조속(趙涑ㆍ1595∼1668)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여 준다.

　이 그림을 영모화(翎毛畵)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조화(花鳥畵)의 일반적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화조화라 해도 무방하다.
세로 113.5㎝, 가로 58.3㎝의 장축 형태로 된 그림으로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그림은 특히 화면 오른 쪽에서 화면 안으로 나타났다가 다시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나무 등걸의 표현과 뻗어 나온 잔 가지들의 필선이 예사롭지 않다.
나뭇잎은 담묵(淡墨)을 사용해 점을 짧게 반복적으로 찍어 개념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강직한 느낌의 나뭇가지와 어울려 화면에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까치와 참새는 다소 성근 듯이 묘사돼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스산하고 삽상한 아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조작도> 에서 뿌리 없는 나뭇가지가 화면 밖에서 들어와 잠시 모습을 나타냈다가 다시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표현은 무한한 상상을 가능케 한다.
이 그림의 화면에 나타나 있는 나무와 새는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은 화면 밖의 광대한 대자연을 함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의 새는 앉아 있어서 그 속성이 아직은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새인 것이다.

<조작도> 에 현실적으로 나타나 있는 나무와 새는 존재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대한 가능형 속에 매몰되고 침투돼 있는 상징적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조작도> 는 자연계의 모든 가능형을 존재의 근본 원리로 하고, 그 상징적 표시로서 나무를 그리고 새를 그린 것이다.
동양화론의 입장에서 화가의 화의(畵意)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배면에 깔면서 그 향기가 은은히 배어 있는 그림을 화격(畵格)이 높다고 말한다.
거기에 그림을 그린 화가가 고매한 인격과 높은 교양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림의 격이 한층 더 높게 평가된다.

그래서 <조작도> 는 까치가 고목 가지에 앉아 있는 광경 즉 자연의 일경(一景)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주의 원리가 함축적으로 표현된 그림이다.
조속의 자는 희온(希溫), 호는 창강(滄江)ㆍ창추(滄醜)다.
1623년 인조반정에 참가해 공을 세웠으나 훈명(勳名)을 사양하고, 효종 때 시종(侍從)에 뽑혔으나 역시 사양했다.

　경학(經學)과 문예ㆍ서화에 전념했으며, 영모(翎毛)ㆍ매죽(梅竹)ㆍ산수(山水)를 잘 그렸는 데, 특히 영모는 중국풍의 형식을 벗어나 독특한 화풍을 형성했다.
저서로 <창강일기(滄江日記)> , 그림으로 <흑매도(黑梅圖)> <매작도(梅鵲圖)> <지상쌍금도(枝上雙禽圖)> , 글씨로 <조회양은렴비(趙淮陽恩廉碑)> <좌찬성이계맹비(左贊成李繼孟碑)> 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