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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숯불 갈비집의 S사장

샌프란시스코 지사 논설위원

10년도 휠씬 전이었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나는 그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와 나는 한국전쟁으로 아버지들과 생이별하고도 숨죽이고 살아왔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본론은 뒷전으로 하고 그늘에서 지낸 시절을 돌아보느라고 정신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말도 못하게 배가 고팠다. 신문사 K사장은 그런 우리를 게어리에 있는 갈비집으로 데려갔다.

그때 갈비집의 작달막한 S사장이 활짝 웃으며 맞아주었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벌건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은 갈비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이문열씨도 타국에서 맛있는 갈비를 먹을 수 있음이 흐뭇했던지 식후에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그런데 앞자리 K사장은 내 뒤를 보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문앞에 서서 우리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먹었으면 얼른 일어 날 것이지 배고파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S사장은 비록 그것이 비즈니스일 망정 배고픈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포만 시켜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웃는 모습이 기분좋게 기억되어 그 뒤에도 샌프란시스코에 나갈 때는 거길 찾곤 했다.

그는 한결 같이 웃으며 맞았다. 젊은이나 나이든 이나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이면 누구나 왕처럼 대했다. 화장실로 가는 손님에게도 허리 굽혀 인사했다.

S사장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자기도 자주 그 갈비집에 드나들었는데 한번은 손님이 아닌 비즈니스 관계로 만났을 때 미소는 커녕 어찌나 깐깐하게 챙기는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더라며 웃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그는 한 블록 거리에 신관을 열었다. 한 친구는 LA에서 온 갈비집 사장과 S사장 갈비집엘 갔는데 맛은 LA만 못한데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단다.

주인의 임무란 다른 것 제쳐 놓고 고객이 찾아옴을 고마워하는 일이다. 이것이 경영의 기초임을 그는 몰랐던 것 같다. 맛이 좀 덜해도 친절이 또 다른 맛으로 채워 주는 게 아닐까.

그 다음 놀란 것은 S사장이 번 돈을 사회에 자주 환원시킨 점이었다. 신문에 소개된 것 말고도 여기저기 기부를 해왔다는 것이다.

내가 맡았던 공공단체에 그가 위원이 되었을 때 한번도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국제 대회 행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서요"라면서 성금을 내놓았다. 그의 금전적인 협조도 중요했지만 자율적인 도움이 임원들에게도 힘을 주었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벌어서 그것을 필요한 곳에 선뜻 내놓는 삶이 아름다웠고 겸손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남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기분 좋은 생각이 들면 그 누군가는 진실로 성공한 사람이다.

작은 들꽃들이 모이면 정말 아름답다. 금문교는 작은 철사 줄들이 모여 다리를 들어올렸으며 모인 거미줄은 철사 줄 묶음보다 강하다. 이처럼 그의 작은 아름다움들을 묘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 춥고 비가 내리더니 신문 부고란에 그의 이름이 실려있었다. 처음에는 동명이인인줄 알았다. 알아보니 암인 것을 알고 나서 몇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닌가. 65세면 한참 나이다. 그러나 배고픈 이가 찾아가면 풍성한 음식과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고 묵묵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동포사회를 돕던 그의 선행은 우리들 가슴에 소중한 귀감으로 오래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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