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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법과 관습의 상생

이원영 사회1부장

예전부터 공부를 많이 한 법학자들은 인간을 구속하는 법이란 것이 왜 필요하며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물음을 가졌고 답을 해왔다.

정답은 없었다.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그런 법이론이 그 시대를 지배하고 그 법이론에 근거한 실정법이 사람들의 합의하에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틀로써 기능을 해온 것이다.

법에 얽매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법없는 세상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법학자들은 사회의 규범을 형성하는 카테고리를 크게 4가지로 나누고 있다. 도덕.관습.종교.법이 그것인데 도덕은 인간 내면의 규율 관습은 인간 외부 행동의 규율로 일컬어 지고 있다. 법은 알다시피 국가기관이 만들어 사회를 강제하는 규범이다.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게오르그 옐리네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란 유명한 정의를 남긴 바 있다. 법이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도덕의 범주 중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것들만 뽑아서 만든 것이란 뜻이다.

느닷없이 법학원론을 생각해 보고 싶었던 건 관습과 법의 상호성에 대해 한번 따져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간은 기분이 상해서 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인타운 한 업소는 휴대용 개스 불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5일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고정용 개스 불판이나 전기 불판이 아닌 휴대용 개스 불판을 썼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날 해당 업소는 한참 피크 시간에 들이닥친 단속반이 손님들을 일일이 세며 내보내는 바람에 돈도 한푼 받지 못하고 5일간 문을 닫는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휴대용 불판을 이용해 목전에서 끓여 먹는 식문화는 한국인 특유의 '관습'이다. 한인들은 눈 앞에서 끓이고 굽고 하며 먹는 식문화가 유별나다. 불판이 없는 식당이 거의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휴대용 불판을 대체하려면 고정식 개스버너에다 개당 수천달러의 비용이 드는 환풍시설까지 갖춰야 한다니 영세 업소로서는 엄두도 못낼 판이다. 그러다 보니 휴대용 불판은 어느 한인 식당에서나 가정에서나 '관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관습을 '관습법'으로 까지 우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정법은 사회 질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도덕이고 최소한의 관습임을 인식한다면 관습은 법의 어머니란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19세기 이후 근대사회에 들어서며 대부분의 법치국가들은 '실정법 만능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관습법을 폭넓게 수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법이 미처 닿지 못한 인간의 영역에는 관습법이 실정법을 대체하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의 관습은 법을 낳게 한 모체요 법의 근거다.

한인사회가 김밥을 냉장시켜서 팔라는 위생국의 황당한 요구에 맞서 '한국의 식문화 관습'을 꾸준히 설득해 김밥을 상온에서 팔 수 있도록 한 법을 통과시키도록 한 것은 법에 대한 관습의 승리다.

휴대용 개스 불판은 엄연하게 안전과정을 통과한 편의용품이다. 툭하면 사고를 치는 위험한 물건이라면 마땅히 추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로 인한 큰 사고는 드물다. 전기밥솥이 터진다고 밥솥을 못쓰게 하는 법이 만들어 지진 않는다.

미국의 안전 제일주의는 본받을 만하다. 다만 정당한 관습조차 제약하는 법이라면 이는 마땅히 관습을 포용하는 법정신을 가져야 할 일이다.

법은 모든 정의의 최소한이지 모든 정의를 담고 있는 그릇은 아니다. 법이 겸손해야 할 이유다. '부루스타'를 무조건 못쓰게 하는 법이 좀 못마땅해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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