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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소주는 술이 아니다'

김영종 일간스포츠USA 편집국장

소주가 나라 안팎에서 협공에 몰리고 있다.

보드카업계는 작심한 듯 "같은 하드리커인데 왜 소주만 식당에서 팔게하느냐?"며 주류통제국(ABC)을 들쑤셔대고 있다. 그런가하면 본국에선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족한 국가예산을 소줏값을 올려 해결하겠다고 난리들이다. 이래저래 가뜩이나 '비싼 LA소주'가 앞으론 구경조차 힘들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보드카쪽 주장을 맞받아 치기가 쉽지 않다. 세상엔 수많은 술이 있지만 크게 '발효주'냐 '증류주'냐 단 2가지로 구분된다. 이를 근거로 세율과 판매방식을 정해 관리.통제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발효주와 증류주의 차이는 간단하다. 원료가 보리일 경우 발효시키면 맥주가 되고 증류시키면 위스키가 된다. 마찬가지로 포도를 발효시키면 포도주(와인)가 되고 증류시키면 브랜디가 된다. 한국의 경우 쌀(발효)→막걸리(증류)→소주 중국의 경우 수수(발효)→홍주(증류)→고량주 식이다.

어느 나라든 발효주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편이지만 증류주에 대해선 단호하다. 우선 원료가 많이 소모된다. 쌀이든 보리든 곡물은 인간에게 주식이다. 목숨과 관련된 '생존필수품'으로 공기나 물과 달리 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 생필품을 즐기기 위한 '기호품'으로 바꿔먹으려면 이웃을 위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주세의 근본취지다.

'희석식 소주'를 뒤돌아 보자. 1962년 박정희 정권은 쌀을 원료로 소주를 빚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대신 태국.말레이지아 등지에서 생산되는 절간(잘라서 말린) 고구마 등을 엄청 헐값에 배로 들여와 소주를 생산토록 지시했다. 형편없는 품질이지만 그 안의 녹말성분을 이용 99.9%짜리 에칠알코올을 추출해낸 후 물을 타 알코올도수를 희석시키고 인공감미료로 맛을 낸 이른바 '희석식 소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기발한(?) 착상이었다.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리자 (주)진로측 임원 한명이 자사의 '진로소주'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진로소주는 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다. 발효 또는 증류과정을 거치면서 원료의 향과 맛이 살아있지 않은 단순 에칠 알코올은 박람회장에 진열될 자격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박정권은 이 술로 저임금 과노동의 도시 근로자들을 달래가며 경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 싸게 더 넓게 공급했다. '미국부자가 마시는' 위스키엔 200%의 주세율을 맹물이 96%인 맥주에는 옛 '삐루'(beer)시절부터 일본부자가 마셨다며 150%의 높은 세율을 매기고 희석식소주에는 35%만 매겼다. 잣대를 '발효↔증류'가 아닌 '부자↔빈자'로 들이댔다.

1993년 김영삼 정권이 쌀개방을 하면서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기 위해 진짜 쌀 소주를 만들 것을 업체들에게 지시했다. 제대로 빚은 고급소주들이 앞다퉈 출시됐다. 그러나 전혀 팔리지가 않아 금세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뿔싸! 애주가들의 입맛이 그만 너무 오랜세월동안 희석식 소주에 길들여진 것이다.

식량난도 피하고 저임.과노동의 도시근로자들을 달래기 위해 '부자술↔서민술'로 갈라놓은 주류정책이 최근 국제기준에 총체적으로 어긋나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드카쪽 주장대로 된다면 앞으로 식당에선 소주를 마실 수없게 된다. 대통령 뜻대로 본국 주세율이 현행 72%에서 90%로 올라가게 되면 식당에서 취급한다 해도 360㎖ 한병 값은 13~15달러선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돼선 안된다. 로비에 필요하다면 자존심은 상하지만 "소주는 술도 아니다"는 프랑스 세계주류박람회측의 판정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1999년 영국위스키 협회와의 주세율 마찰당시 국내 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소주업계의 반대로 이 논리를 감췄다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서 완패한 전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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