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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키우는 영적 여유 '리트릿' 현장

엄숙함 대신 '함께 하는 활동'

'리트릿(retreat)'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물러 서다'라는 동사와 명사 '쉼'이 함께 수록돼 있다. 한 발자국 물러나야 쉴 수 있다. 그리고 부분에 고정돼 있던 시선을 확대해 전체를 볼 수 있다.

지난 8월 하일랜드 스프링스 리조트 앤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서 사모들이 함께 율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상범 기자>

지난 8월 하일랜드 스프링스 리조트 앤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서 사모들이 함께 율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상범 기자>

요즘 미국 교계에선 리트릿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분주한 신앙에서 차분한 영성으로 방향이 변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관조하고 교회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한인 교계에서도 변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휴식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고 여가의 시간이 낭비가 아닌 말 그대로 재충전의 과정임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교단 회의가 열리면 진지하다 못해 무겁기까지 한 분위기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예배에 이어 진행되는 회의에선 때론 의견 대립으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별로 열리는 교단 지방 회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열 올리는 대립과 주장 대신에 교제와 휴식을 취하며 목회의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침례교 남가주 지방회가 열린 지난 11일 임마누엘침례교회에선 탁구 경기가 벌어졌다. 예배를 마친 목회자들이 점심 식사를 나눈 뒤 열띤 경합을 벌였다. 식사도 간단한 샌드위치가 메뉴로 올랐다.

여덟 개 조로 나눠 단식과 복식 게임을 벌여 1등을 차지한 목사에게는 소액의 상금(?)이 전달됐다. 모두 웃으며 땀을 흘리면서 경기에 몰입했고 같은 팀 선수를 응원하느라 야단이었다.

눈에 띠는 모습은 사모들의 동참이었다. 남성 목회자들만 모여 교류하던 구태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들도 탁구 경기에 출전해 목사들과 실력을 겨뤘다.

그야말로 초대교회의 '코이노이아' 교제를 나누는 교단 회의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교단 소속 목사와 사모들의 모임은 숨 가쁜 이민 목회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호흡을 고르는 리트릿의 현장이 됐다.

리트릿의 중요성이 나타나는 현상은 교단 회의 뿐 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나성영락교회가 개최한 이민목회자 세미나도 사실 리트릿의 하나였다.

소형 이민교회의 목회자와 사모 그리고 자녀들까지 모두 초청해 이틀간 자연이 우거진 캠프에서 영적 즐거움을 나눈 기회였다. 리트릿은 가족 단위로 이뤄지는 게 효과적이란 사실도 넓혀지고 있다.

또 사모만 모이는 사모세미나 역시 리트릿 집회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일과 가정을 잠시 떠나 자연 속에서 마음껏 쉬며 찬양과 기도 그리고 교제로 마음과 영성을 닦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교계에서는 목회자 자녀만을 위해 따로 캠프를 열기도 한다. 목사의 딸고 아들로 받는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건강한 교회관과 신앙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 리트릿이 비단 목회자에게만 필요할 리는 없다. 평신도를 포함해 비신자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인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과감한 실천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게 미덕인 시절은 갔다. 제대로 쉴 줄 아는 사람이 대우받는 시대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도 쉴 수 있고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리트릿은 신앙을 키우는 영적 여유다.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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