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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민문화도 한류처럼...

진구설 맥퍼슨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문화가 상품이 되고 문화가 밥먹여 주는 세상이다. 문화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고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문화의 위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시아를 휘몰아친 한류열풍이 미국에까지 상륙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이득은 물론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리라는 기대가 높다.

한류의 미 본토 상륙은 한인 이민문화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한류바람이 분명 신명나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한인 이민문화의 본류는 아니다.

과연 한류에 상응하는 한인 이민문화는 존재하는지 그 범위와 특성 생산주체와 소비자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한국어권과 영어권 한인 1세와 2세 그리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등 다양한 장르와 영역을 아우르는 이민문화가 피어나기 위해선 몇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문화적 자생력이 높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수입된 한국문화의 소비와 수용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영화를 들여오고 가수를 초청해 멍석 깔아주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자생적 문화생산에 주력할 때다.

역사학자 수첸 찬의 논리를 빌어 표현하자면 한인 이민문화는 한국문화의 완벽한 복사판도 미국문화의 붕어빵도 아니다. 두 문화의 요소를 접목해 융합한 새 문화다. 그런 점에서 한인 이민문화는 새 가치와 대안적 문화의 가능성에 활짝 열려있는 개척지라 할 수 있다.

둘째 문화 알맹이의 개발이 요구된다. 한인의 역사와 삶의 경험이야 말로 지속적으로 작품화되고 형상화 될 수 있는 독특한 소재이자 문화원형이다. 이것이 이민사회의 특수성을 통해 보편성의 문제에 접근하는 한 방편이자 이민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웃의 성공사례는 우리의 본이 될 만하다. 중국신화와 중국계 이민자의 삶을 맛깔나게 버무린 맥심 홍 킹스톤의 영문소설은 중국 이민사회를 보는 미국인의 시각을 바꿔 놓았다.

일본 커뮤니티는 2차대전 중 그들이 강제수감 되었던 수용소 건물 한 동을 LA 리틀도쿄 안으로 옮겨와 후세의 역사인식을 제고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했다.

이런 점에서 문학과 미술 음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벌이는 1.5세와 2세의 모습은 아주 고무적이다.

문학의 경우 오래 전 발간된 '초가집'의 김은국 다소 난해한 '딕테'의 차학경 '토담'의 김난영 '네이티브 스피커'의 이창래 등이 한인 이민자의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4.29 폭동이나 최근 건립된 다울정도 '공유된 기억의 공간'으로서 문화적 상상력의 손길을 기다리는 훌륭한 문화콘텐츠다.

셋째 문화 인프라의 확충이 시급하다. 한인문화의 기반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공연시설은 물론 문화의 저변확충에 필요한 지원과 투자가 아주 미약하다. 토박이 문화예술인을 푸대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 가서 등단하고 출판하고 공연해야 더 인정받는 풍토는 이들의 자괴감과 허탈감을 깊게 할 뿐이다.

척박한 문화환경에도 불구하고 자비로 문예지를 발간하고 공연을 기획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1세 '문화 전사'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와 지원이다. 먼 훗날을 내다보는 자본의 참여다.

이제 문화와 경제는 함께 간다. 문화상품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때다.

땅 속의 씨앗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화려하게 만개하듯 머지않아 도래할 이민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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