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안유회 기자의 무비리뷰-천국의 전쟁] 그는 묻는다 '구원은 있나?'

섹스-성화 연결 신성모독 논쟁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2002년 첫번째 장편영화 '하폰'(Japon)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다. 자살을 결심하고 산으로 들어간 남자가 인디언 노파를 만나는 로드 무비에서 레이가다스는 길 위에서 펼치는 삶의 사색과 정제된 화면으로 그 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남미영화계에 새로운 작가가 탄생했다는 극찬을 받는다.

새 영화 '천국의 전쟁'(Battle in Heaven)에서 레이가다스는 구원은 있는가 사색한다. 하지만 그 표현방식은 사뭇 다르다. 남녀의 섹스후에 이어지는 성화는 칸영화제에서 신성모독 논쟁을 일으키며 관객들은 찬성과 반대의 양극단으로 갈라놓았다.

'천국의 전쟁'은 시작과 함께 카메라가 천천히 무표정하게 서있는 중년남자 마르코스(마르코스 에르난데스)의 알몸을 얼굴부터 아래로 훑는다. 카메라가 중간쯤 내려왔을 때 열아홉의 아름다운 아나(아나폴라 무시카디스)는 마르코스에게 오럴섹스를 해주고 있다.

이 장면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가지가 있다. 중심에는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오럴 섹스와 성기를 덮을 정도로 배가 나온 중년 남자와 아름다운 아나의 현실이 있다. 그 주변에는 하얗게 빛으로 표백된 배경이 있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마르코스는 장군의 딸인 아나의 운전사다. 아나는 고급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이를 아는 건 마르코스 뿐이다. 마르코스와 부인(베르타 루이스)은 친구의 아이를 유괴하는데 아이가 죽어버린다. 이들 부부는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로한다. 마르코스는 이 사실을 아나에게 고백한다. 아나는 마르코스와 섹스를 한 뒤 자수를 권한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오고 마르코스는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뒤 성지순례 행사가 있는 날 참회의 길을 떠난다.

사실 '천국의 전쟁'은 불친절하다. 아나가 몸을 파는 이유가 반항인지 쾌락인지 모호하다. 아나의 아버지가 장군이라는 건 짧은 순간 스쳐가듯 설명한다.

'천국의 전쟁'을 채우는 것은 섹스와 헌병들이 근엄하게 거행하는 국기 게양 혹은 하강식이다.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나와 마르코스의 섹스는 빛으로 가득 채운 배경 속에서 구원을 상징한다. 그 외는 모두 비루하고 탈출구가 없는 현실이다. 매일 오르고 내리는 국기처럼 마르코스는 현실에 갇혀있다.

아나는 비루한 현실에서 구원을 상징하는 여신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면 첫 장면의 오럴 섹스는 현실이 아니라 마르코스의 열망같다. 영화가 중간쯤 지났을 때 아나는 마르코스에게 묻는다. "나와 섹스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마침내 아나는 섹스를 해준다. 이것을 마르코스 부부의 그 처연한 섹스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현실은 비루하고 구원은 아름답다.

마지막 오럴섹스는 첫 장면의 반복이면서도 전혀 다르다. 첫 장면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눈도 마추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마르코스는 아나에게 말한다. "사랑해." 아나는 눈을 떠 마르코스를 본다. "저도 사랑해요."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