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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서디나 초크리트릿 페인팅 '화려한 감성 '거리 화폭'에 담는다'

수백명 길거리 화가들, 개성 넘치는 작품 선봬

매해 6월이면 패서디나의 하늘 아래에서는 '초크 스트릿 페인팅 페스티벌'(Absolut Chalk Street Painting Festival)이 열린다. 올해로 벌써 14년째가 되는 이 행사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초크 페스티벌.

한 참가자가 꽃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꽃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차들과 사람들이 오가던 도로가 찬란한 6월의 태양 아래 거대한 캔버스로 바뀌어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로 채워지는 모습은 마법과도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초크(분필) 축제가 열렸던 도시는 샌 라파엘이다. 패서디나 뿐만 아니라 테미큘라 샌타 바버러 오하이 등 남가주 곳곳에서도 초크 스트릿 페인팅 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멀쩡한 캔버스를 놔두고 왜 거리에 그림을 그릴까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길거리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의 역사는 16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용된 재질이 달랐을 뿐 실제 착색 모래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던 역사적 증거는 서기 600년경 일본의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태리에서는 길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만도나'라는 지방에 초크로 벽화를 그린 역사적 작업에 참여한 이후 이 예술가들에게는 만도나리(Mandonnari)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채색 모래와 톱밥 꽃잎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길거리에 그림을 그렸던 오랜 전통은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중요한 대중 예술의 한 형로 전해져왔다.

만도나리들은 금가루 은색 페인트 채색 모래 색 유리 등 다양한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시뇨리나 광장과 비아 가리발디에 램브란트와 미켈란젤로 라파엘의 그림들을 재현해 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했던 만도나리들의 삶은 집시와 마찬가지로 세습적이었다.

그들은 유럽 전역에 축제와 명절이 언제 다가오는지를 달력 들여다보듯 훤하게 알고 있었다. 꽃의 축제라도 열릴라치면 만도나리들은 시간에 맞춰 피렌체에 도착한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만도나리들은 곧바로 마을 중앙의 시뇨리나 광장에 나가 초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길을 가던 마을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내려다본다. 마음씨 좋은 아낙네는 목이라도 축이며 그림을 그리라며 끼안띠와 먹을 것을 내왔을 터이다. 메디치가의 귀공자들은 아마도 금화 몇 닢을 후하게 던져주었을 것이다.

마을 경찰인 까발리에리가 그들을 끌어내기 전까지 만도나리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적선에 고마움을 표하며 그림으로 축제를 장식해주었다. 축제가 끝나거나 첫 비가 내린 뒤면 그들의 그림은 흔적도 없이 씻겨 내려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프레스코화가 몇 세기를 뛰어넘어 아직까지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만도나리들이 그린 그림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풍부한 감성의 시인과 작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했다. 16세기 이태리 르네상스의 시인 로도시코 아리스토며 가르실라소 데라 베가는 그들의 작품에서 마을에 찾아온 하찮은 거리의 예술가들을 노래했다.

채색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은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도 있었다. 티베트에서 모래 그림은 명상의 한 방편이었다. 몇 해 전 LACMA에 초청됐던 티베트의 라마승들이 하루 종일 뮤지엄 바닥에 색색의 모래로 그렸던 만다라는 인생의 생로병사를 고스란히 표현하듯 오묘하고 복잡했다.

힌두 여인들과 어린이들이 만드는 의식용 모래 그림은 락시미 여신으로부터 은총을 받기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었다. 미국 남서부의 나바호 인디언들에게는 아직도 땅바닥에 그리는 드라이 페인팅(Dry Painting)의 전통이 남아있다. 드라이 페인팅 전통은 자연신에게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의식인만큼 주술적 의미가 강하다.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도 모래 그림은 인기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18~19세기에 걸쳐 모래 그림과 길거리 그림은 성황을 이루었다.

투박한 소재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이태리의 만도나리들은 진정한 의미의 민속 아티스트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이런 거리 예술가들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만다.

지난 20년여 년 동안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거리의 예술을 되살리자는 운동은 지구별 곳곳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세대의 아티스트들이 잃어버린 표현의 장에 대한 열정을 안고 유럽의 거리에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신선한 소재는 초크. 채색 모래 가루를 쓰던 시절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예술적 의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는 테크놀로지 덕에 사정이 좋아졌다. TV 카메라와 영사기로 찍은 다큐멘터리와 사진들은 거리의 예술을 짧은 시간의 해프닝이 아닌 반영구적 기록으로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길거리 그림 축제는 미전역에서 인기를 더해가며 새로운 예술 애호가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주말 패서디나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트릿 페인팅 페스티벌이 열리게 된다. 찬란한 태양빛 아래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그림들을 눈에 들여놓는 시간으로 인해 삶은 꽃처럼 화사한 색으로 장식된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살이 자체가 자고 나면 물에 씻겨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질 거라고 아무 것도 그리지 않겠다는 자세는 얼마나 안이한가.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사라졌다고 이 우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사는 것은 그리고 길거리 예술의 의미는 충분하다.

▷Old Town Temecula Street Painting Festival: 메인 스트릿 가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건물들이 몰려 있는 테메큘라의 심장부 올드타운에서 6월 24일(토)과 25일(일) 이틀 동안 스트릿 페인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감옥으로 변한 양조장 1832년에 세워진 제너럴 스토어 등이 들어선 올드타운에는 약 640여 개의 골동품상과 레스토랑 갤러리 역사적 건물들이 밀집해 있고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Farmers Market도 들어선다.

Old Town Temecula Main St. Temecula CA 92591. Main St. 선상 Front St.과 Mercedes 사이.

무료 행사. 전화 (951) 694-6412.

스텔라 박 객원기자

관람정보

6월 17~18일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파세오 콜로라도(Paseo Colorado)로 축제 장소가 옮겨졌다. 남북으로는 Colorado St.에서 Green St., 동서로는 Marengo에서 Los Robles 사이. Paseo Colorado의 주소는 280 E Colorado Blvd. Pasadena, CA. 91101. 무료행사.

(626) 795-9100. www.pasadenachalk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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