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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마당]상처받기 쉬운 미국인들

변준희(Accounting & consulting company 마케팅 담당)

직장 생활하다보면 누구나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미국에 온 뒤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급급하다보니 이런 복잡미묘한 인간관계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나인 투 파이브로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역시나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라고 조금씩 인간관계들에서 오는 부딪힘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인 직장에서 당연히 생각의 차이나 일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의 특징과 관련된 차이다.
이 특징은 내가 그동안 겪은 바로는 한국 사람들에게서는 좀처럼 발견되기 어려운 속성이기에 미리 이해하지 않으면 몹시 당황하게 된다.

바로 “패시브 어그레시브(수동적인 공격성)”에 관한 것이다.
한국인이나 중국인들한테는 아주 드문 특징이기에 번역하기도 뭐하다.
기본적으로 많은 미국인들은 지적당하는 걸 잘 못참는다.
따라서 아무리 자기가 잘못했어도 좀처럼 사과를 잘 안한다.
간단하게 “쏘리” 한마디면 될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먼저 댄다.
그것도 직접 대놓고 말을 잘 못하고 이메일로 돌리기에 문제 해결은 더 지연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자기의 잘못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당장 든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교육 구조를 들여다보면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부모의 자녀 교육과 학교 교육에 있어서 훈육이나 채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 나라, 아무리 부모여도 자식을 채벌했다간 이웃의 신고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이 나라는 분명히 아이들의 천국이다.
하지만 잘못했으면 제대로 혼나고 그러면서 반성하고 단련되는 교육과정이 동양이나 유럽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미국 어린이들은 자칫하면 스포일드(버릇없는) 아이가 되기 딱 좋다.
결국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누구한테 조금이라도 지적을 받으면 인정하기 보다는 변명부터 하는 우리가 보이겐 아직 유아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처음 미국와서 어학연수 시절, 미국 대학생을 언어/문화 교환 파트너로 소개받았는데, 학교수업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빴던 그녀는 내리 3번 미팅 약속을 연락도 없이 펑크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네가 그렇게 바쁘면 우리 이제 그만 만나도 된다”는 이메일을 나름대로 정중하게 써서 보냈다.
그랬더니 내가 자기의 불성실함을 지적한다고 생각했지는 그녀는 좀 어이없게도 그동안 자기가 왜 약속을 어길 수 밖에 없었는지, 내가 학교 액티비티로 한번 미팅을 옮긴 예를 들며 미팅이 잘 안되는 건 자기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등, 정말 구구절절 처음부터 끝까지 변명과 책임전가 일색의 이메일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는 자기는 계속 만날 의사가 있으니 나보고 결정하라는 역시 책임전가의 결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녀가 어리고 특이 케이스라 생각하며 넘어갔지만 요즘 회사에서도 결국 이런 비슷한 경우들을 종종 겪는다.
나름대로 일도 열심히 하고 평소엔 친절한데 문제나 실수가 발생하면 어떻게 같이 해결할까 보다는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변명부터 하는 미국인들. 또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 그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한다고 느끼며 바로 “패시브 어그레시브”하게 변하는 사람들을 볼 때 어찌 대할지 잘 감이 안잡힌다.
몇번 이런 상황을 겪은 뒤로는 이제는 어떤 문제를 지적하거나 제안을 할 때 상당히 조심스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였으면 그냥 자리로 성큼성큼 가서 “이거 좀 이렇게 해줘!” 하고 몇번 서로 소리 높이다 바로 해결보는 식인데 여기선 등치는 산만하면서 상처받기 쉬운 어린 아이같은 미국인들을 최대한 다독거리면서 일해야 하는 게 새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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