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 위원의 스포츠 리포트] NBA 테크니컬 파울과 선거 음모론
'게임을 존중하라(respect the game).' 게임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규정이다. 만약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으로 그 규정을 어긴다면 농구에서는 테크니컬 파울(technical foul)이 주어진다.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좌완 케니 로저스가 왼 손바닥에 송진을 바르고 등판해 부정 투구를 한 것 역시 '테크니컬 파울'을 범한 것이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포츠맨 정신에서 벗어나 야구라는 게임과 스포츠 팬들을 기만했기 때문이다.NBA가 시즌 초반 51경기를 치르는 동안 심판들이 예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에 대한 테크니컬 파울을 무차별 선언해대자 선수들은 물론 선수 노조까지 난리가 났다. 선수 노조측은 데이빗 스턴 커미셔너에게 "심판 판정에 대한 선수들의 불평과 반발을 억누르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심판들의 테크니컬 파울 단속을 완화해달라. 안 그러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테크니컬 파울을 범한 선수에게는 벌금까지 부과되니까 노조에서는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당연하고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스턴 커미셔너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심판 판정에 대한 선수들의 지나친 불평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그것이 빈 말이 아니었음을 선수들이 코트에서 실감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코트의 상황은 아우성이 터져나올 만하다. 지난해는 개막 후 50경기에서 '스포츠맨 답지 않은 언행'에 대한 테크니컬 파울 선언이 18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51게임에서 무려 55개가 나왔다. 커미셔너 사무국측은 '드디어 강력한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근 34게임에서는 경기당 1개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물론 선수들이 화가 났을 때 아무 말이나 행동도 하지 말고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괴성을 지르거나 심판에 대해 욕설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포워드 래시드 월러스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나를 목표로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6개의 테크니컬 파울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시즌 개막전에서도 2개의 테크니컬을 범한 끝에 결국 3쿼터에서 퇴장 당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케빈 가넷은 '선수들의 불만 표현을 무작정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이라고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해 막는 것은 거의 "공산주의"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NBA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크니컬 파울 공방 자체가 '민주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서로 할 일을 하면서 파울도 게임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리그 전체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끄는 공화당이 참패한 미 중간 선거를 목전에 두고 LA 타임스는 지난 6일 기름값 음모론(conspiracy theory)을 주장했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던 기름 값이 최근 들어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을 선거와 연관시켜 정치적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선거에서 지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음모를 꾸며도 안된 모양이다. 민주주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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