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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한인교회를 가다] 선한목자장로교회 고태형 담임목사…영화·팝송·개그 '친근한 설교'

복음 핵심 지키면서도 성도와의 소통을 중시, 주일엔 따로 교제 시간 열에 아홉은 직접 상담

선한목자장로교회 담임 고태형 목사와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온화함'과 '배려'다. 고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친구와 대화하듯 따뜻하고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모습에선 상대방에 대한 자상함과 예절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천하의 뼈 없는 무골 같아 보이는 그이지만 내공은 남다르다. 본인은 목회자로서 카리스마나 강단이 부족하다고 사리지만 목회는 '은혜의 유통'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고 목사는 무림의 어느 고수보다 강하다.

2년 반 전에 담임 목사로 부임한 이후 그는 교회와 성도 지역을 익히고 동화하는데 진력했다. 지금껏 교인 10명 가운데 아홉 명은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주일이면 예배가 끝날 때마다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20분에서 3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목사와 성도가 일대일로 대화하긴 충분했다. 한 주일에 대 여섯 가정은 족히 만날 수 있었다.

"저도 각종 경조사와 회의로 바쁘고 교인들도 생업에 분주하잖아요. 그래서 주일에 틈틈이 제 방에서 사모와 함께 성도 가정을 만났어요. 심방은 시간이 많이 걸려 모두를 만날 수는 없으니까요."

자녀들도 함께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영어로 기도해 준다. 평소에 담임 목사와 마주할 기회가 없는 2세들도 마음을 열고 기뻐한다. 그의 설교 시간에는 영화와 팝송이 소개되고 비즈니스 뒷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영화 장면을 편집해 보여 주기도 하고 성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세상 책을 권하기도 한다.

"얼마 전 상영된 '가디언'이란 영화는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훈련을 하는 지 감동적이었어요. 하물며 영혼을 구하려면 준비와 기도가 더 필요하지 않겠어요. 영화에 메시지를 엮어서 전달한 거지요."

프랭크 시내트라의 히트곡 '마이웨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의 노래도 그가 동원한 복음 전파의 도구다.

죽을 팔아 성공한 체험을 담은 책 '꿈꾸는 죽 장수'나 빵집 경영 노하우를 적은 '빵 굽는 CEO'는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교인들에게 말씀을 생활에 적용하는데 살아 숨 쉬는 도움이 됐다.

그는 짬짬이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고 비즈니스 서적을 뒤적인다. 개그 프로도 일부러 챙겨 본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식도 좋지만 이탈리안 음식도 먹으면 좋지요. 예배 스타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 예배도 소중하지만 현대 문화를 통한 전도도 필요해요. 복음의 핵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매체를 통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선한목자장로교회는 장로교 전통이 깊은 교회다. 이런 새 물결에 언뜻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그는 자신의 목회 방향으로 잔잔히 교회를 이끌어 간다.

이전 버지니아에서 섬기던 교회는 세 갈래로 찢어진 상태였지만 그는 부임한 뒤 거뜬히 봉합했다. 갈라진 교회가 다시 뭉친다는 게 보기 쉬운 일이 아니다. 부드러운 그를 통해 이뤄진 아름다운 은혜의 역사다.

본국의 신학대학들이 수차례 교수로 청빙할 정도지만 고태형 목사에게선 박사의 티도 풍기지 않는다. 그는 울 줄 아는 목회자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포근하다.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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