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4년 연임제' 과연 옳은가

박용필 논설실장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들고 나와 한국의 정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야당에선 정략적 의도가 숨져져 있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여당에선 반기고 있는듯 하다.

대통령의 임기제는 미국이 발상지다. ‘대통령’이란 말이 생겨난 곳도 역시 미국이다. ‘4년 연임제’가 과연 좋은 것인지 미국의 대통령 역사를 알고 나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프레지던트’(President)는 원래 ‘사회자’란 뜻이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와 ‘대통령’이란 어마어마한 벼슬로 둔갑한 것이다.

대통령이란 용어는 독립전쟁이 끝난 후 13개주 대표들이 모인 ‘대륙회의’에서 비롯됐다.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를 뭐라 부를까 논의가 한창이었는데 워싱턴이 사회를 보며 이 회의를 잘 이끌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행정수반을 ‘프레지던트’로 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당초 연방헌법엔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만 명시돼 있었다. 연임이나 중임따위의 조항도 없어 선거에서 이기면 4년씩 몇번이나 할 수 있었다.

워싱턴은 4년 대통령 임기를 마치자 곧바로 은퇴하려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극구 만류해 4년을 더 한 것. 말하자면 4년 연임을 한 셈이다. 3선을 강요받기도 했지만 워싱턴은 “나를 독재자로 만들지 말라”며 이 제의를 단호히 거부하고는 귀향해 버렸다.

이게 관례가 돼 미국의 대통령은 단임 또는 재선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헌법에 임기제한(Term Limit) 규정이 없었으나 워싱턴의 관례를 충실히 따랐다.

전통을 깨뜨린 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의 여파와 2차세계대전이 그를 4선 대통령으로 만든 것. ‘전쟁 중에는 말을 바꿔타지 않는다’는 루즈벨트의 슬로건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4선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트루먼 재임시절인 1951년 미국은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명문화했다(수정헌법 제 22조). 두번 이상은 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루즈벨트의 4선이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개헌발의는 트루먼이 아니라 연방의회였다.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해도 장기집권을 하면 ‘3권(입법·행정·사법)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깨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선의의 독재자’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대통령 임기제한은 당시 국민적 합의사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개헌이 확정되기까지는 4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의 대통령은 형식상 ‘4년 중임제’에 가깝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나중에 다시 출마, 대권을 잡을 수 있지만 이건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이렇게 해서 당선된 사례도 없거니와 또 나와봤자 어차피 단임으로 끝날 인물을 국민들이 뽑아줄리 없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은 ‘4년 연임’으로 봐야 옳다.

하지만 ‘대통령 2회’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재선 대통령은 그 순간부터 ‘뒤뚱거리는 오리’(Lame Duck), 곧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돼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나 레이건, 심지어 클린턴도 ‘4년연임’의 폐해를 강조하며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4년 연임제가 과연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것인지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검증해 봐야 한다. 마치 쫒기듯 개헌안을 몇개월내로 처리하려는 건 레임덕 대통령 답지 않은 발상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