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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 허머프로다이트

이기준/논설주간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 사이의 아들 허머프로디투스는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에게 반한 물의 요정 살마시스는 그를 물 속으로 끌어들여 꽉 껴안은 다음 서로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제우스 신은 그녀의 소원이 너무나도 애절해 그들의 몸을 하나로 만들었다.
남성의 무기(?)와 여성의 보물(?)을 모두 가진 존재로 거듭난 셈이다.
오늘 날 ‘자웅동체(雌雄同體)’ 즉 ‘암수 한 몸’을 ‘허머프로다이트(Hermaphrodite)’로도 부르게 된 어원이다.

대영제국의 아일랜드 식민통치 시절 저항단체 IRA 조직원 퍼거슨은 인질로 잡힌 영국인 흑인 병사 조디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

조디는 탈출하다가 죽어가며 퍼거슨에게 연인인 클럽 여가수 딜을 부탁한다.
퍼거슨은 그녀와 가까와져 결국 같이 침대로 가게 된다.
그러나 속옷 속에 감춰진 딜의 엄청난 비밀에 까무러치듯 놀란다.
거기에는…, 여성이기보다는 하나의 흉칙한(?) 남성 무기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992년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더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 중 일부다.
딜은 선천적으로 여성의 몸에 남성이 더해진 자웅동체, 즉 양성(兩性)이었던 것이다.
주제가이기도 한 ‘크라잉 게임’은 영국의 여장 남성 가수 보이 조지가 불러 더 오묘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보이 조지도 혹시 허머프로다이트는 아닐까.
엊그제 애리조나주 배너 굿 사마리탄 의학센터에서 “남녀 성기를 모두 가진 쌍둥이 아기가 처음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기 허머프로다이트인 셈이다.

원인은 난자 하나에 정자 두개가 동시에 수정됐다가 나중에 갈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5란성 쌍둥이로 첫 사례라는 데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아기가 장차 성인이 되면서의 비극을 어찌 감당하랴.
남녀 성 염색체에서 정상적인 여성은 XX, 남성은 XY로 결정된다.
그러나 만물의 창조주는 가끔 너무 가혹하게도 XXY, 또는 XYY를 가진 인간을 만들어놓는다.
이들은 아주 작거나 감춰진 여성의 성기에 남성의 성기, 또는 그 반대 성징(性徵)을 가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15만명당 1명 꼴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생식기 자체가 불완전하나 외과적 수술로 남과 여, 어느 한 쪽만의 성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식을 낳는 등의 생식기능은 전혀 불가능하다.
조물주의 가혹한 형벌이자 큰 비극이다.

허머프로다이트, 남녀 성기를 모두 가진 경우 우리 고대 조선사회에서는 ‘어지자지’ 또는 ‘남녀추니’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과 야사에 ‘양성자’ 사방지(舍方知)와 임성구지(林性仇之) 이야기가 나온다.
사방지는 세종~세조 때의 양반가 몸종이었다.
판중추원사 이순지의 딸 이씨가 일찍 과부가 돼 사방지와 정을 통하다가 세조 11년인 1465년 들통난 것으로 전해진다.

사방지는 뚜렷한 여성 외모로 집안일에 능한 데다 장대한 무기(?)를 가져 이씨가 특별히(?) 대했다고 한다.
‘양성’으로는 우리 나라 최초의 보고인 셈이다.

임성구지는 명종때 함경도 길주에 살았던 평민이다.
명종 3년 1548년 당시 함경감사는 “남녀 성기를 모두 가진 자가 시집도 가고 장가도 드는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이에 명종은 “형법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 사방지 때처럼 곤장을 쳐서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유폐시키라”고 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 날 물고기 등 동물세계에서도 양성을 가진 개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리조나 주 양성의 쌍둥이 경우 환경오염 탓 같은 것은 전혀 아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그것은 장차 크나 큰 인류의 재앙이기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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