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리지]우크라이나 성당 벽의 주기도문
이재상(논설위원)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 딸로써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며...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 만체 하고 자신을 위해 죽을 때까지 먹을 것을 쌓으려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 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지난 주일날에는 몽골에서 원주민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는 한국인 신부님이 오클랜드 성당을 방문했다.
선교를 위해 몽골 말도 배웠을 것이다.
그 분은 미사 중에‘우크라이나 성당 벽에 새겨진 주의 기도문’을 낭독해 주었다.
누가 낭송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이들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더구나 파격적인 말씀은 밀물처럼 것 잡을 수없이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어디에 부딪친 충격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진짜 주의 기도를 드릴 때는 겉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창피하다는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내게 하실 말씀을 왜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이 다니는 성당에 붙여 놓으신 걸까. 그 분 의도가 두려웠다.
신부님이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는 천당 가는 시험에서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한 꼴이었다.
철퇴를 맞아도 싸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사에는 목을 매고 월빙 인간들에게는 존경심을 가지면서 유독 교회에 대해서 불평으로 고개 빤히 쳐들고 살아온 자신이 참 보잘것없어 보였다.
내게는 왜 예수님과 서슴없이 대화하는 기회를 안 주시는 걸까. 성령기도회 때마다 방언하는 형제 자매들이 생겨나는데 왜 나는 챙겨주지 않으시는 걸까. 성경 말씀이 재미있고 신난다는 그들이 부럽고 은사가 탐이 났으며 열등의식도 생겨났다.
나이를 더 빨리 먹어가면서 인생종점, 내릴 때가 걱정되어 자다가 깨면 잠도 오질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통회 없는 신앙으로 살아온 날들이 부끄러워졌다.
시간이 가면서 호되게 꾸중을 듣고 난 어린이처럼 요즈음은 참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졌다.
그러고 보면 잘못을 알아낸 것만도 은총인 듯 싶다.
세상을 이렇게 살아라 하시며 일러주신 기도문을 나처럼 뜻 없이 암송해 왔으며 ‘십자가 없는 부활’을 기다려온 얼뜨기 신자가 혹시나 있다면 그 분을 위하여 부활 새벽, 개혁의 기도문을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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