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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점 하나의 의미

이규동/주부ㆍ시카고

평소 우리 말에는 거짓말이 있어도 노랫말에는 거짓말이 없다.

‘고향이 따로 있나 정 들면 고향이지…’ 라든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 는 유행가 가사가 있으니 한글에서 ‘점’ 하나의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한국의 문교부 직원은 아니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백번 생각해도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한글로 쓰지 못하는 말이 없는 데다 표현 못하는 사물도 없으니 실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라고 자부할 수 있겠다.

한글에서 획 하나 잘못 그으면 전혀 다른 말이 되고 점 하나 잘못 찍으면 엉뚱한 말도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보통사람은 언감생심 문도 못 두드리는 ‘회장실’에 점 하나만 찍으면 만인이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이 된다.
‘인심’에 점 하나 찍으면 ‘안심’이 되고 ‘빈대’에 점 찍으면 ‘반대’가 된다.
‘시선’에 점 찍으면 ‘사선’이 되고 ‘기다’에 점 찍으면 ‘가다’가 되고 ‘신고’에 점 찍으면 ‘산고’가 되며 ‘시기’에 점 찍으면 ‘사기’가 된다.
‘심심하다’에 점 둘을 찍으면 ‘삼삼하다’가 되는 등 한도 끝도 없이 찾을 수 있겠지만 찾는 고민은 고만해야겠다.

‘마음(심ㆍ心)’에 점 하나를 놓으면 ‘점심’이 되고 지붕 위에 얹으면 점집(물론 한자로는 다르지만)이 되고 한 점 혈육도 남기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는 보통 인생인데 관상에선 또 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글자 뿐 아니라 알고 보면 우리 말에도 얼마나 많은 형용사와 부사가 있는지. 거짓말에는 색깔을 입히고 말에는 기름 바르고 법도 없는지 돈도 쪼개 쓰고 기술 좋게 시간도 쪼개 쓰는 우리가 백점짜리 인생은 아니지만 오점은 남기지 말자고 열심히 살다보니 벌써 인생에서 반환점을 돈지 한참 됐다.
‘점’이 이어지면 ‘선(線)’이 되고 ‘선’이 나란히 누으면 ‘면(面)’이 되고 ‘면’이 모이면 ‘군(郡)’이 되나?
옛날 자유당 시절에 어느 신문에서 한문으로 대통령이라는 글자에 난 데 없이 점 하나가 들어가 졸지에 ‘개(犬)’가 돼 난리가 났었으니 한자에서도 점은 중요하다고 본다.

‘양심’에서 점 하나를 빼면 ‘앙심’도 되니 점 하나가 들어갈 자리와 뺄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어떤 일의 시작’을 뜻하는 ‘발화점’, ‘점화’라는 말도 있고 큰 일의 마지막 완성을 화룡점정이라고도 한다(용을 그리고 맨 마지막에 눈동자를 그려 넣으니 용이 날아갔다는 말이 있음).
이제 다 늦게 꼭지점 댄스나 배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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