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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으로 본 세상] 곪아 터지기 전에 소통을

이원영 부국장·한의사

'불통즉통 통즉불통: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

한방진단에서 최고의 진리로 삼는 명제다. 통하지 않으면 막힌다. 막히면 아프다. 그래서 막힌 것을 뚫어주는 것이 치료의 요체다.

몸에 막힌 데가 없어 기와 혈이 술술 잘 통하면 병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딘가 막히면 병이 난다. 침을 놓는 것도 막힌 혈자리를 뚫어 소통시킨다는 원리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고…이런 것들이 다 뭔가가 막혀서 나타나는 증세다. 막힌 것을 오래두면 썩거나 터진다. 그래서 막힌 것을 그대로 두면 골병이 드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막히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지만 일단 막히는 증세가 보인다면 즉시 그 원인을 제거해야 병이 쉽게 낫는다. 하수도에 찌꺼기가 쌓여 배수가 시원찮은데도 계속 쓰다보면 아예 꽉 막혀 버려 큰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몸이 고장나는 병리현상을 보면 세상살이도 다른 게 없다. '불통즉통'의 원리는 곧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얼마전 반세기 동안 막혔던 남북한 철도가 뚫렸다. 북쪽에선 남쪽으로 남쪽에선 북쪽으로 철마가 달렸다. 남북을 가로막아 놓았던 휴전선을 관통했다. 허리가 막혀 반신불구 몸뚱어리로 살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동맥이 놓이고 피가 흐른 것이다.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에서 '뚫어서 통하는' 쾌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반도의 남북은 지금까지 막혔다. 그래서 아팠다. 막힌 곳은 뚫어야 아프지 않다. 그 노력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음을 본다. 마침내 끊겼던 허리에 혈관이 놓이고 피가 통하는 그 시간이 다가온다면 우리들의 숨통도 트일 것이다. 한반도의 '불통'은 한민족 한사람 한사람의 가슴속에도 맺힘을 응결시켜 놓았다.

막힌 것을 트기 위해선 아픈 침을 맞거나 쓴 약을 먹어야 한다. 그 아픔조차 거부한다면 곪거나 터진다.

한반도의 '불통'을 치료하기 위한 아픔 그것을 우리들이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이유다.

얘기를 돌려 버지니아텍 조승희 사건을 보자. 그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과 '불통'했다. 부모와도 친구들과도 학교와도 심지어 자기자신과도 불통했다. 사회와 가족과 조화로운 소통을 하지 못했던 그는 고독했고 아팠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소통되지 못한 응어리는 개스통이 폭발하듯 터졌다. 이처럼 '불통'이 그 벼랑까지 왔을 때의 파괴력은 무섭고 엄청나다. 결과는 파국이다.

한 집의 하수도만 막혔다면 불편은 그 집으로 족하다. 그러나 중간 하수도가 막히면 그 쪽으로 하수를 흘려보내야 하는 여러 집이 고통받는다. 사회가 개인을 돌보아 소통시키고 개인이 사회의 흐름과 함께 흘러가야 하는 이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렇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내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 할 경우엔 대화의 흐름은 막힌다.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되라는 금언이 생겨난 배경이다.

대화의 쌍방이 서로 잘 들어주는 자세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거기엔 막힘이 있을 수 없다. 그 반대일 경우엔 막힌다. 그리고 응어리를 남긴다. 마음을 닫고 응어리를 키우다가 '참극'으로 치달은 사건들을 최근 잇따라 본다. '불통'의 비극이다.

닫히고 막히고 응어리지고 답답한 것이 있다면 주변에서 이를 하나씩 하나씩 없애 나가는 것이 곧 행복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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