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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스타일' 바비큐 전문가 이화천씨, 그릴 위 '피카냐·링귀샤 입이 행복해요'

등심 최고급 부위·돼지고기 소시지, 고기 질이 최우선…불 세기·자르는 방식도 중요

여름의 끝, 노동절 연휴는 한 해에 있어 바베큐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바베큐 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이들이 있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살다 온 교포들이 바로 그들. 그 가운데서도 이화천 (55·의류 제조업)씨의 고기 굽는 솜씨에 대한 소문은 신화에 가깝다.

15세 때부터 37세가 될 때까지 23년 동안을 상파울로에 살다 보니 그의 정서며 입맛은 상당히 브라질화 되었다. 주말이면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워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그에겐 커다란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드넓은 초원에서 방목해 키운 육류가 지천에 깔려있는 브라질은 바비큐 조리법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건을 갖춘 나라. 브라질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는 축제와 파티는 바비큐 파티와 동의어다. 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가우초 스타일의 고기 굽는 방법을 배운다. 300년 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이어진 아름다운 전통으로 인해 브라질 남자들은 파티 때면 팔을 걷어 부치고 바비큐를 잘 굽는 멋진 남자로 자라난다.

집집마다 바베큐 시설을 갖추고 나무 숯에 그을려 슈하스코(Churrasco, 브라질의 전통 바비큐를 일컫는 말)를 즐기는 곳에서 성장해 온 이화천씨는 오랜 경험 끝에 바비큐 맛있게 굽는 노하우를 터득한다. 브라질에 살 때부터 매주 50~100명의 식솔들에게 고기를 구워 먹였던 그는 혼자서 150명의 손님을 치를 만큼 바비큐에 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

지난 7월 말, 상파울로 출신의 가톨릭 교우들의 모임인 일심회에서는 마리나델레이에서 야유회를 가졌다. 이날 바베큐를 책임진 이화천씨는 최고급 부위인 피카냐(Picanha) 60파운드, 브라질 소시지인 링귀사 40파운드, 닭고기 40파운드 등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를 준비했다. 아내는 각종 야채와 함께 밤을 새고 토마토와 파슬리를 다져 가며 살사를 만들었다.

좋은 야유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직 땅거미가 짙은 새벽 6시에 일어나 담요를 갖고 와 자리를 맡았다. 덕분에 150여 명의 일심회 회원들은 경치 빼어난 곳에서 맛있는 바비큐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숯불을 지핀 그가 고기를 턱 얹는다. 무슨 양념을 어떻게 하기에 그처럼 맛이 좋을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봤는데 그가 고기에 더하는 것이라고는 알이 굵은 돌소금밖에 없었다. 좀 짜겠다 싶을 만큼의 돌소금을 바른 뒤 소금이 녹으려는 순간, 소금을 털어 내고 고기를 뒤집는다.

식성에 따라 라임 즙을 짜먹기도 하나 그는 소금으로만 간한 바비큐를 가장 좋아한다. 한국식 갈비도 맛있지만 고기 본래의 맛을 알게 된 이후에는 여간 해서 해먹을 기회가 없다. 굳이 한다면 양념을 하지 않은 생 갈비를 즐기는 편. 닭고기는 껍질을 벗겨내고 칼질을 해 소금과 후추 그리고 라임으로 간을 했다. 브라질 식 돼지고기 소시지인 링귀싸(Linguisa)가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를 퐁퐁 풍긴다.

그의 조카 마르셀로 안씨는 브라질에 살던 어린 시절부터 삼촌을 도와 바비큐를 준비해왔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숙련된 조교인 조카에게 굽기를 맡긴 이화천씨는 칼을 들어 구운 고기를 썰기 시작한다.

보통 야유회였다면 푸른 잔디 밭에 자리를 잡고 바닷바람과 함께 음식을 즐겼겠지만 오늘 모임은 풍경이 조금 다르다. 배고파 숨 넘어가는 것도 아니면서 회원들이 하나같이 고기를 굽는 이화천 씨의 곁으로 모여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비큐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온도. 굽자마자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 아니던가. 이화천씨가 도마 위에 썰어 놓은 스테이크를 친구들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자신들의 개인 접시에 옮기기 시작한다.

브라질에서 함께 살았었다는 공통 분모를 가진 그의 친구와 지인들은 만나면 함께 먹고 마시고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사탕수수로 빚은 브라질 소주, 삥가는 브라질 식 바비큐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술. 꿩 대신 닭이라고 삥가 대신 보드카에다가 라임과 설탕을 섞어 카이피리나(Caipirinha)를 만들어 홀짝거리다 보면 고기가 끝도 없이 들어간다.

옥수수와 양파도 함께 구워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운 게 없다. 술기운이 퍼져 얼굴색이 발그스레 물들 무렵 수평선에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바비큐에 좋은 쇠고기 부위

쇠고기는 품종, 성, 연령, 성숙도, 영양 상태 및 부위별로 그 품질과 맛에 큰 차이가 있다. 안심(tender loin)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근육이라 부드럽고 결이 고우며 맛도 좋고 적당한 지방층이 형성되어 풍미가 좋아 구이나 바비큐에 주로 이용된다.
미디움으로 익혀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등심(sirloin)은 서리가 내린 것처럼 고기에 얼룩지방이 고르게 분포된 것이 구이에 최고인 부위. 갈비(beef ribs) 역시 지방질이 많아 구이에 적합하다.

▲한인 타운 인근 브라질 정육점과 마켓

▷ Little Brazil Market: 11800 Jefferson Bl. Culver City, CA 90230 (310) 390-8851.
▷ Kitanda Brazil Market: 13715 Ventura Bl. Sherman Oaks, CA 91423 (818) 995-7422.
▷ HI Brazil Friends Market: 2418 Artesia Bl. Redondo Beach, CA 90278 (310) 318-2108.

▲한인 타운 인근의 브라질 바비큐 레스토랑

▷M Grill: 한인타운 안에 있는 무제한 브라질 바비큐 레스토랑. 세련된 인테리어에 브라질에서 자라난 젊은 파울리스타들이 아주 맛깔스런 바비큐를 선보인다. 주말 저녁에는 보사노바 듀엣이 라이브 음악을 연주한다. 3832 Wilshire Blvd. #202 Los Angeles, CA 90010. (213) 389-2770.

▷포고데샤옹(Fogo de Chao) 고품격 브라질 바비큐 레스토랑. 만족할 때까지 슈하스코를 즐길 수 있는 곳. 15명의 가우초들이 주방 그릴에서 원조 가우초 식으로 구운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들고 나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직접 커트 해 준다. 300여 종류의 와인 리스트가 훌륭하다. 133 N. La Cienega Blvd. Beverly Hills, CA 90211. (310) 289-7755.

▷Gauchos Village: 브라질 바비큐 뷔페 식당. 안심, 등심, 필레미뇽, 갈비 등 다양한 쇠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가 모두 15가지 준비된다. 137 S. Brand Blvd. Glendale CA91204. (818)550-1430.

고기 맛있게 굽는 요령

그는 맛있는 바비큐의 첫 번째 요건을 신선한 최상품 육류의 구입에 있다고 얘기한다. 고기 질이 좋으면 양념은 돌소금(Rock Salt) 한 가지로 족하다. 등급이 떨어지는 고기일 경우 후추 라임즙 등 양념으로 커버한다.

고기 자체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르는 방식이나 불의 세기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맛있게 고기를 굽기 위해서는 우선 그릴을 예열한다. 숯불의 경우 겉면에 회색 재가 생길 때 고기를 올리기 시작한다. 손잡이가 긴 집게를 이용하면 육즙의 낭비 없이 고기를 구울 수 있다.

안심과 같은 두터운 고기는 속까지 익히기 어려우므로 한번 바비큐한 고기를 슬라이스 해 다시 굽는다. 다 익은 고기는 커다란 포크로 고정시켜 금방 돌에 간 칼로 고기결과 어긋나게 썬다. 고기뿐 아니라 소시지나 양파 토마토 호박 등 야채를 꽂아 같이 구워 먹어도 좋다.

글 사진 스텔라 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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