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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외딴 섬서 20년간 사역 홍성호 선교사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 배웠죠'

'잘 나가는' 컴퓨터 엔지니어서 선교 투신, 문자 없는 주민들 위해 성경번역 앞장, 2009년이면 신약성경 번역 완료

남태평양에 떠 있는 파푸아뉴기니에는 800개 부족이 밀림 산 속과 외딴 섬에 흩어져 모두 다른 말을 쓰며 산다. 한인 1.5세 홍성호 선교사 가족은 20년째 그곳에 살고 있다. UCLA를 졸업하고 F-15 전투기 레이더를 제작하는 휴즈 항공사에서 7년 동안 근무했다. 상한가를 누리던 컴퓨터 엔지니어로 잘 살다 짐을 챙겨 떠난 게 30대 초반이었다. 아기였던 첫째와 둘째는 어느덧 어른이 됐고 선교지에서 낳은 셋째와 넷째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자랐다.

홍성호 선교사는 파퓨아뉴기니에서의 선교 생활을 돌이키며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것을 배운 시간 이었다"고 말한다.〈백종춘기자〉

홍성호 선교사는 파퓨아뉴기니에서의 선교 생활을 돌이키며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것을 배운 시간 이었다"고 말한다.〈백종춘기자〉

파푸아뉴기니에는 몇몇 선교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선교센터가 있다. 각종 지원 시설과 선교사가 교대로 머무는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일종의 베이스캠프다.

홍 선교사 가족의 집은 여기서 경비행기를 타고 다섯 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그리고 유일한 교통수단인 3톤 트럭으로 세 시간을 달린다. 거기서 다시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넌다. 날씨가 좋으면 세 시간 도중 파도가 거칠어지면 목숨 건 바닷길이 다섯 시간이다.

그러면 네 개의 섬이 모인 타바 군도에 다다른다. 이제는 피붙이처럼 친근한 4000여 명의 원주민이 순박한 웃음을 활짝 터뜨리며 이들을 맞는다.

처음 5년은 아이들을 데리고 섬을 돌며 원주민 초가집에서 먹고 잤다. 그러다 한 곳에 정착해 함석지붕을 얹은 그럴 듯한 가옥을 한 채 지었다.

그러나 듣기야 쉽지만 이리 살기가 가당한가. 어떤 부모가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하나님께 의지하는 걸 배운 시간 이었다'고 홍 선교사는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힘으로 한 게 아니에요. 지금 돌아보면 다시는 못 할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테니 또 할 수 있겠죠."

말라리아는 차라리 감기 같았다. 셋째가 갓난아기일 때 알약을 삼키지 못 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막내는 실수로 약을 두 번 주는 바람에 한동안 눈이 안 보이기도 했다. 비행기 연료 파이프가 새 불시착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 건강하게 자랐고 가족은 늘 행복했다. 언제 어디서나 축복하며 도우는 강한 손길을 느끼며 비 온 뒤 열대림처럼 믿음은 쑥쑥 자랐다.

"함께 먹고 병도 같이 걸리고 위험한 바다도 한 배를 타고 헤매고 그러지 않으면 문화를 배울 수가 없어요. 하나님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고요."

국제 선교단체 위클리프 선교회 소속인 홍 선교사의 가장 큰 임무는 문자가 없는 주민들에게 성경책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한 뒤 성경과 찬송가를 번역한다. 오는 2009년이면 신약이 완료된다.

"안수 받고 10년 된 원주민 목사가 딸이 병들자 주술에 매달리는 걸 목격했습니다. '말씀'을 담은 성경이 없인 하나님을 알아 갈 수 없고 신앙이 성장할 수 없단 사실을 절감했죠."

현지 언어로 찬송가를 번역해 불렀을 때 주민들은 가사의 뜻을 처음 깨닫고는 눈물을 흘렸다. 첫 번째로 번역한 마가복음 성경공부에 참석한 무당 할멈은 예수 그리스도가 행한 기적을 알고는 회개했다. '하나님이 이런 분인 줄 몰랐다. 이제껏 내가 한 짓은 거짓이었다.'

한밤중 탈장된 청년이 사경을 헤맬 때 대책 없는 선교사는 기도 밖에 할 게 없었다. 독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젊은이 앞에서도 사고로 갈비뼈가 부서진 주민이나 폐렴에 걸린 아이한테도 알약 몇 개와 기도가 전부였다.

"주님은 응답해 주셨어요. 그들이 지금은 최고의 동역자들이 됐죠. 하나님이 동행하는 삶을 실감하는 것 그게 선교사가 누리는 특전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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