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 위원의 MLB 리포트] 클레멘스의 '1870만불 짜리 사기극'
뉴욕 양키스가 클리블랜드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1승3패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자 1차 화살이 조 토리 감독과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날아 가고 있다. 그런데 기자의 시각으로는 극성스럽고 집요하기로 악명 높은 뉴욕의 언론들이 왜 로저 클레멘스(45)의 '1870만 달러 짜리 사기극(?)'에 대해서는 짐짓 모른체 눈감아주고 있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투수이기 때문은 분명 아니다. 백인들의 영웅이어서인가?클레멘스는 5월6일 양키스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연봉인 2800만22 달러를 기준으로 활동 기간을 환산해 총액 187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 휴스턴과 보스턴 구단을 몸값 올리기 흥정에 이용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일자 그는 다음 날 여유롭게 골프를 치면서 "내가 돈 때문에 양키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시즌 후 그 이유를 밝히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8일 클리블랜드에 4-6으로 패함으로써 양키스의 2007시즌이 끝났다.
그런데 클레멘스는 어디에 있는가. 슬그머니 사라졌을 뿐이다.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왼쪽 햄스트링 부상 재발로 겨우 2.1이닝 동안 59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 3실점하고 강판당한 그는 4차전이 열리기도 전에 디비전 시리즈 로스터에서 빠졌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부상으로 인한 로스터 교체를 요청해 허락을 받고 클레멘스 대신 왼손 구원투수 론 빌론을 올렸으나 헛수고만 한 것이 됐다.
클레멘스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003년 플로리다에 패한 후 그 무대에서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 '고향 팀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해달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라는 감동적인 명분을 내세워 휴스턴과 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문제로 계속 애를 태우면서도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휴스턴에서 챙긴 연봉만 4400만 달러에 이른다.
올해 일찌감치 휴스턴으로부터 등을 돌린 그는 양키스 복귀의 명분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내세웠다. 공교롭게도 뉴욕 양키스는 클레멘스와 함께 했던 2003년이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이었다. 2005 2006 시즌은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탈락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초반에 곤두박질쳐 지난 5월29일 현재 5할 승률에서 무려 8게임이 모자란 21승29패였다.
물론 양키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18경기에서 6승6패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성적으로 힘을 보탠 것은 미미하다. 뒤늦게 팔꿈치 인대 손상 사실이 밝혀졌고 햄스트링은 고질화 돼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키스와의 계약 자체가 사기에 가깝다. 7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가 통산 354승과 '위대한' 사기극으로 최후를 맞고 있다. 역전승으로 덮여졌지만 토리 감독의 실수는 부상 때문에 9월16일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던 클레멘스를 이름만 믿고 3차전 선발로 기용한 무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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