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세이]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
오명호/CVE 이사 '이 바보야 경제가 핵심이야'라는 선거 구호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많다. 16년 전 걸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화당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를 물리친 빌 클린턴의 선거 구호였다.무엇이 그를 대통령에 당선되게 만들었나?
그것은 바로 '먹고 사는 문제'였다. 걸프 전은 승리했지만 유권자인 미국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호황으로 이끌어 줄 지도자를 원했다. 클린턴은 미국인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한마디로 함축된 구호가 바로 '경제'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선택은 옳았다. 80년대 세계를 놀라게 했든 주식회사 일본이 10년을 잃어버리고 있을 당시 젊은 변호사 출신의 클린턴은 미국을 다시 한번 경제 기술 강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서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IT산업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다시 일깨우는 사건이 지난 연말 한국에서 일어났다. 새로 뽑힌 한국 대통령은 전문 직업 정치꾼이 아닌 대기업 CEO출신이다. 한국은 60년대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이미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이지만 그 규모에 걸맞은 경제적 마인드를 갖춘 지도자를 한 번도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먹고 사는 문제에 전혀 문외한인 직업 정치꾼들이 나라를 통치해 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 한국은 자신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지도자를 새롭게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경제 문제보다는 이상적인 담론을 즐기고 구현할 수 없는 거창한 가치를 내세우며 국민을 현혹해왔던 정권에게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는 한국인들의 판단인 셈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변호사 출신이다. 두 지도자 모두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업의 사장을 역임하지는 않았지만 자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즉 경제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지도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두 지도자들이 재임과 3연임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았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경제 칼럼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가끔은 스스로 나 자신에게 묻는다. 경제란 과연 무엇인가.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깨우친 사실이 하나 있다. 누가 나에게 '경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한다.
그것은 쉽게 말해 처 자식을 굶기지 않는 가장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장 그리고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대통령 이 세 사람은 본질적으로 경제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답이다.
2008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세계속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지도자를 뽑은 한국의 미래는 무척 밝아 보인다. 가난의 질곡 속에서 살아온 50~60대 한국 산업화 세력이 다시 한번 한국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말만 내세우지 않고 실천으로 국민을 설득시킬 줄 아는 지도자가 절실한 시기에 일할 줄 아는 대통령이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는 얘기다.
가장 사장 대통령등 리더들이 담론이라는 고인 물 속에 갇히면 그 구성원인 가족 종업원 그리고 국민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당장 먹을 쌀이 떨어져도 담론만 즐기든 모습이 우리 아버지 세대의 자화상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무능력한 남편 탓만 하지 않고 삯 바느질과 품팔이로 오늘의 우리를 키웠다.
1992년 변방의 주지사에 불과했든 클린턴은 미국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꿰뚫고 있었다. 비록 그는 법을 전공한 변호사였지만 유복자로 태어나 어머니가 먹고 살기 위해 어린 자신을 외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일자리를 찾아 떠난 어린 시절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만이 가난과 배고픔이 얼마나 인간이 견디기 힘든 고통인 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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