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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실용영어에 집착하는 까닭은

'단어 죽어라 외웠지만 입도 뻥끗 못해' 현장의 '서바이벌 잉글리시'에 자신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비영어권 나라에선 (국민이) 영어를 잘 쓰는 나라가 못 쓰는 나라보다 잘산다”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말했다. 그는 “영어 실력에 따라 일자리와 소득의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이 당선인의 ‘실용영어론’이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느닷없이 “대형 교통사고는 대부분 역주행 때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어 “요즘 우리 생활 곳곳에 왜 이렇게 역주행이 많은지 모르겠다. 살아남을 길이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발언의 속뜻은 곧 드러났다. 당선인은 “반대 없이 100%가 모두 변화하자고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영어 공교육만 가지고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혀를 찼다. 인수위가 예고한 영어 공교육 대수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역주행’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물론 당선인은 “인수위가 불안감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영어 공교육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무엇이 그를 영어 교육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측근들은 그 이유를 “국민 개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공교육만으로도 실용영어가 가능하도록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게 당선인의 믿음”이라고 설명한다. 새 정부에서 구현하려는 실용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10년을 배워도 외국 사람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 교육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당선인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데는 아무래도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의 중·고교 동창인 김창대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명박이는 궂은 날 장사를 할 때도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이 없던 시절 당선인도 죽어라 단어를 외우는 공부를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영어는 안 통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후보 시절 한 초등학교를 찾아 “나도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제대로 못 배웠다. 문법이나 작문만 배웠지”라고 아쉬워했다. 당선인의 지금 영어 실력은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세계 각국의 건설현장을 누비며 쌓은 ‘서바이벌 잉글리시’다.

1999년 당선인과 8개월간 미국에 체류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기억을 전한다. “어느 날 의류 할인매장에 갔는데 규정을 읽은 당선인이 ‘우리는 해외 여행자에 속하니 10% 깎아 달라’고 영어로 한 시간이나 논쟁을 해 결국 옷값을 깎았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당선인의 영어는 투박하지만 누구와도,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100% ‘실용영어’”라고 단언한다.

당선인은 이런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실용영어에 능통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자주 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서울시장 시절 “외국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부서는 문서를 한글과 영문 두 종류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당시 이 제안은 한글 애용 시민단체들에 의해 반발에 부닥쳐 좌초됐다.

그런 만큼 영어 수업만이라도 영어 전용으로 실시하자는 공교육 개혁안에는 이 당선인의 오랜 신념이 들어있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당선인은 이날 회의에서 ▶해외 동포의 자원봉사 신청을 받아 영어교사로 활용하는 방안 ▶인터넷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수업 수준 격차를 줄이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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