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너,잡히면 죽는다' 살인범 쫓는 포주…한국형 스릴러 '추격자'로 첫 주연 맡은 김윤석

'영화 찍는 5개월 내내 달리고 도 달렸다'

연기를 잘하는, 그것도 여간 잘하지 않는 배우를 좋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관객으로선 큰 복이다. 시쳇말로 이제 좀 떴다고 며칠 반짝 고생해 돈 왕창 버는 CF에만 얼굴을 내미는 건, 그토록 열렬히 박수를 쳤던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처사다.

 2006년 ‘타짜’의 아귀 역으로 ‘악인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던 배우 김윤석. ‘추격자’는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온전히 발산된 작품이다.

2006년 ‘타짜’의 아귀 역으로 ‘악인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던 배우 김윤석. ‘추격자’는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온전히 발산된 작품이다.

2006년 ‘타짜’의 아귀 역으로 사악함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뇌리 속에 각인시켰던 김윤석(41). 그는 모처럼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는 배우다. ‘타짜’ 이후 그를, 그의 좋은 연기를, ‘천하장사 마돈나’ ‘즐거운 인생’ 같은 좋은 작품에서 연이어 볼 수 있었다. 여기, 한 편이 더 추가됐다. 지난 14일 한국서 개봉한 스릴러 ‘추격자’(감독 나홍진)다.

1970년대 김대두 사건을 비롯해 화성 연쇄살인 지존파 사건 유영철 사건 등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연쇄살인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다. 김윤석의 역할은 출장마사지 여성을 관리하는 일명 '보도방' 사장 중호. 쉽게 말해 포주다. 그것도 아름답지 못한 일로 옷을 벗은 전직 형사다. 어느 순간부터 아가씨들이 영업 나갔다 실종되는 일이 거듭되고 그것이 손님을 가장해 여성들을 유인한 영민(하정우)의 짓임을 알게 된다. 곧 영민을 향한 집요한 추격이 시작된다. "너 잡히면 죽는다!"는 일념으로.

-명실상부한 첫 주연작이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너무나 행복했던 5개월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찍었는데 이상기후로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촬영 기간이 두 달 가까이 늘어났다. 거의 대부분이 밤 장면이고 60%가량은 비 내리는 장면이다. 거기다 달리는 장면이 좀 많나. 영화 초반 미진(서영희)을 납치한 영민과 망원동에서 마주쳤던 순간부터 달리기 시작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영화에선 같은 동네지만 옥수동.평창동.북아현동 등 예닐곱 군데에서 나눠 찍었다. 영민과 혈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40시간 동안 휴식 없이 찍었다."

-중호는 어떤 인물인가.

"세상의 때가 묻은 지저분한 놈이다. 법과 질서 윤리와 도덕을 적당히 갖고 놀 수 있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일 나가라는 중호의 전화를 받은 미진이 독감에 걸렸으니 하루만 쉬겠다니까 대뜸 하는 말이 '한여름에 감기 들었다고? 너 남자하고 있냐'다. 그래서 영화 초반 자신이 부리는 아가씨들이 없어졌을 때 중호의 첫 감정은 짜증이다."

-쉽게 말해 나쁜 놈이다. 네티즌 평을 보니 '최악(연쇄살인마)을 쫓는 차악(포주)'이라고 했더라.

"맞다. 야비하고 이기적이다. 흔히 인간을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할 때 악인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누구나 야비하고 이기적인 구석을 갖고 있다. 그게 인간이다. 중호는 그런 점에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미진의 어린 딸이 엄마를 찾으며 울다 탈진해 쓰러지니 조금씩 안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인간이니까 짜증에서 분노로 점차 감정이 변하는 거다."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짧게 끊어지는 듯한 말투가 송강호와 비슷하다.

"남에 대한 배려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말 끝이 그렇게 뚝뚝 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살인의 추억'을 떠올린 적은 없다. 다섯 달 내내 달리고 싸우고 얻어터지고 비 맞아봐라. 그런 생각할 여유가 있겠나."

김윤석은 송강호(41)와 연우무대.극단 학전 등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1990년대 잠시 연기를 접고 고향에 내려가 있을 때 무대로 복귀할 것을 권한 것도 송강호다. 연우무대는 당시 번역극 위주였던 연극계 풍토와 달리 의도적으로 창작극을 많이 올렸다. 배우들은 실생활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말투를 훈련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각각 부산과 김해가 고향인 경상도 출신.

사투리 뉘앙스가 약간 느껴지는 '생활밀착형 말투'를 공유한 데는 아마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송강호뿐 아니라 설경구나 최민식과 연기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단다. 지난달 30일 '추격자' VIP 시사회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 이현승 감독은 "어이 최민호(최민식+송강호)! 어 아니구나 설민호(설경구+최민식+송강호)구나"라고 농담을 던졌을 정도다.

-감독이 사골 국물 우려내듯 김윤석과 하정우의 모든 것을 쪽쪽 빨아냈다는 말도 있다.

"배우들 스스로가 우려냈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할 거다. 나 감독은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30대를 바쳤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대본을 보면 휴양지에서 쓴 글이 아니라 온몸으로 쓴 글이라는 게 느껴진다. 데뷔작이란 건 원래 감독이 가슴속에 오랫동안 품고 또 품어서 갈고 닦은 작품 아닌가.

배우들은 그런 작품을 지켜낼 의무가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토론했다. 한 장면에 대해 합일점을 찾지 못하면 서로 주장하는 버전을 두 개 세 개 다 찍었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정평 났다. 비결이 있나. 연습인가.

"숀 펜 같은 대배우도 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그냥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느껴야 한다. 자신을 잘 통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배우는 흐트러지는 순간 박살 난다. 배우는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데다 퇴직금도 없는 직업 아닌가."

-연기에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잘 생긴 외모가 가리는 느낌이다.

"(무척 쑥스러워하며) …."

글 기선민 기자
사진 김태성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