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화이야기]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죽음을 미리 아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요즘은 인간 문제를 차분히 둘러보는 감동적인 영화를 만나기가 어렵다.
모두가 블록버스터 아니면 스피디하거나 코믹물, 공상물 일색이기 때문이다.

여기 볼 만한 잔잔한 영화가 나왔다.
과거 <스탠 바이 미> (1986),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미저리> (1990) 등으로 성가를 높였던 로브 라이너 감독의 신작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The Bucket List)이다.

카터(모건 프리먼 분)는 평생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해온 착실한 가장이다.
지식 탐구에 흥미가 많아 거의 만물박사 급으로 아는 게 많다.
에드워드(잭 니콜슨 분)는 평생 돈 버는 일에 열중하여 큰 재산을 모았으나 결혼 생활엔 수차례 실패하여 혼자 살고 있다.
딸이 하나 있지만 서로 만나지 않은 지 오래다.
이 두 노인이 말기 암 판정을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에드워드가 소유한 이 병원엔 예외 없이 2인용 병실만 있기 때문에 그 자신도 독실이 아닌 2인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같은 방에서 지내며 의기가 투합된 두 사람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 즉 버킷 리스트로 정리하곤, 이 일들을 하기 위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실을 뛰쳐나간다.

스카이다이빙, 자동차 경주, 호랑이 사냥, 몸에 문신하기 등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갑부인 에드워드의 자가용 비행기로 프랑스, 이집트, 탄자니아, 인도, 히말라야, 홍콩, 중국 등지를 여행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만끽한다.

평생 일만 하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일들을 못했다는 자각에 죽음을 앞두고 과감하게 일상을 벗어난 건 좋은데, 우연히도 갑부가 한 사람 끼어 있어 초호화판으로 그 일들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킨다.
초호화판 세계 여행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족들을 떠나 꼭 하고 싶은 일에 들어갈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좀더 소박하고 진실된 일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참 여행을 다니던 중 갑자기 중단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만나기조차 않던 딸을 찾아가 화해하는 장면들은 해피엔딩 분위기지만 동시에 너무나 상투적이라는 인상을 주어, 이 또한 영화의 감동스러움을 깎아 내린다.

서로의 처지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병실에서 만났다 해서 십년지기처럼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데다, 거기에 더하여 모건 프리먼이 맡은 카터 역의 성격이 지적이고 침착한 데 비해, 잭 니콜슨이 분한 에드워드의 변덕스럽고 격한 성격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봐오던 그들의 전형적인 성격이라 배역으로부터 어떤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느낄 수 없다.

그 결과, 영화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그 감동이 극대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자신들의 생명의 데드라인을 알고, 남은 삶을 적극적으로 보냄으로써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연하게 맞이하는 대범함이 자신과 주위를 구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다.

참고로, TV 드라마 <넘버스> 의 로브 모로와 <윌 앤 그레이스> 의 숀 헤이스가 각각 담당 의사와 에드워드 비서 역으로 출연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