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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현대차 '제네시스'와 창세기

정상교/특집부장

40년 전 1968년 12월 21일 플로리다주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폴로 8호는 세계 최초로 달 비행에 나섰다. 승무원 3명을 태운 아폴로 8호는 3일간 비행 끝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소련보다 우주 탐험에 한발 뒤처진 미항공우주국(NASA)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발사 장면을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했다.

마침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승무원들은 황량한 달에서 파란 구슬 같은 지구를 보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다. 물론 TV를 통해 우주를 보는 시청자 또한 벅찬 가슴으로 지켜봤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어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승무원 3명이 성경 창세기(Genesis) 중 천지창조를 다룬 1장 1~10절 구절을 차례로 읽어 내려갔다.

빛이 있으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Genesis)가 미국에 상륙했다. 7월부터 제네시스 판매에 나선 현대가 한인을 대상으로 내보낸 일간지 광고가 상당히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열린 슈퍼볼 경기에 선보인 TV 광고나 한국에서 내보는 내용과는 확연히 다르다.

내용은 이렇다. 까만 하늘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땅에 비친다. 그 곳에 우아한 자동차가 한 대 서있다. 바로 제네시스다. 아폴로 8호가 '창세기 빅 이벤트'로 세상의 이목을 받은 것처럼 광고 컨셉트를 제네시스란 이름에 걸맞게 천지창조에 맞췄다.

광고 문구가 흥미롭다. '빛이 있으라''땅을 지배하라'. 그리고 조그만 글씨로 '2008년 제네시스의 새로운 빛이 세상을 비춥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제네시스는 5억달러(한화 5000억)의 개발비가 투입돼 탄생했다. 현대 표현대로 '프리미엄 럭셔리 다이내믹 세단'이다. 람다엔진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어댑티브 헤드램프 DIS 통합조정기 등 최첨단 장비를 장착했다. 또 롤스로이스에만 들어가는 렉시콘 오디오시스템도 달았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현대차는 싸구려'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고 명품 브랜드로 태어나기 위한 새로운 빛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차 이름에 담겼다.

땅을 지배하라

제네시스는 처음에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출발했다. 도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애큐라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미국에서 현대의 이름표를 달기로 했다.

제네시스는 'BMW 7시리즈만큼 넓고 성능은 5시리즈 가격은 3시리즈'라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초 4만달러대로 잡았던 가격을 3만달러대로 내려 판매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고유가 시대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고민거리다.

새로운 빛으로 등장한 제네시스가 갖가지 판매전략으로 내놓고 있지만 내심 불안하다. 다행히 미국 언론이나 고객 네티즌의 반응은 일단 좋다. 물론 비판도 있지만 대체로 우호적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제네시스가 경쟁 차들을 물리치고 이 땅 정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용한 창세기 구절이다.

일부 환경론자와 안티 기독인들은 종종 이 구절을 인용해 기독교를 공격한다. 모든 생물을 다스리려는 인간 중심적 기독교관 때문에 세계가 공해와 전쟁으로 뒤덮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회의 가르침은 그렇지 않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사랑을 강조하듯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과 자연 간에 일방적인 지배가 아닌 서로 섬기고 혜택을 주고 받는 공존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이 땅을 정복하고 지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톱5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큰 밑거름이 됐다. 미국 시장에서 '섬김 경영'을 펼쳐야 할 내용이 분명해 보인다.

한인 커뮤니티를 간과해서도 안된다. 현대차 한인 고객은 2% 정도다. 3억 미국 인구에서 한인 인구(110만 2000년 센서스) 비율을 감안하면 한인이 타민족의 5배 넘게 현대차를 구입했다. 한인 커뮤니티 관심사가 무엇이고 도울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살피고 관심을 가져야 할 팩트가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는 지금까지 이 같은 일에는 상당히 소홀했다.

제네시스가 이 땅을 진정으로 정복하고 빛이 되려면 고객 종업원 각 커뮤니티를 섬겨야 한다. 그 때 제네시스가 한인 1.5.2세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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