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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동양인을 바보 취급한 다운증후군

김일훈/의학박사

부통령 후보 ‘새라 페일린’의 자녀를 두고 뒷말이 많은 가운데, 4개월 된 막내 아기가 ‘다운 증후군’장애아라 한다. 여기서 의사가 아닌 분들에게 생소한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에 대해 풀이해본다.

‘다운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선천적으로 오는 지능장애자’ 케이스를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영국의사 랭던 다운(Langdon Down)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됐지만, 1866년 닥터 다운이 최초로 기술하기는 환자 용모가 Mongol(몽고계)을 닮았다고 해서 Mongolism(몽고증) 또는 Mongolian idiot(몽고인 바보)라 이름 지었다(세계 인종구분에 있어서 Mongol은 광범위하게는 중국을 위시한 동부아시안 족속을 칭한다. 그러나 대개는 아시안 가운데 언어계통(알타이어)도 동일한 몽고·한국·일본·여진족을 가리킨다).

이들의 용모특징이라 할 평평한 얼굴에 눈과 눈 사이가 벌어지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들창코에다 콧대가 없거나 낮아서 코가 작고 무표정한 얼굴 모양이 우리 동양인을 닮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 다운 박사는 몽골질 환자가 발생기전에 관해 ‘퇴보한 격세유전(reversion)의 결과 우수한 백인종이 열등한 동양인종으로 퇴화변이를 일으킨 상태’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말하자면 우수한 유럽민족 가운데서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열등하고 우둔한 동양인이 태어난 인간이 Mongolism(몽고증)이라는 것이다.

괘씸하게도 우리 동양인을 모욕하는 인종주의적 발상이며 지금 같으면 맞아죽을 소리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라, 용모라는 증거에 의거한 그의 가설이 인정받던 시기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1959년 프랑스의 한 의학 연구가인 제롬 르주앙에 의해 질환의 원인이 규명돼 태아의 인체세포에서 2개여야 할 21번 염색체가 3개로 돼 염색체 과잉존재 때문에 발생한 ‘선천적 장애’임이 입증됐다.

다운 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에 기인한 선천적 장애’고, 몽고계 동양인 용모의 유전과는 전혀 무관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1960년대 필자의 미국 의사수련 시절만 해도 Mongolism이라고만 호칭했으며 그 때 필자는 이런 케이스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증후군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눈과 코가 큰 서양인 용모가 귀신 도깨비를 닮았다고 해서 너희들 Yankee를 서양귀신 ‘양귀자(洋鬼子)’라 부른다”고 농담 아닌 진담을 말한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양귀자’란 말은 지금부터 122년 전 조선에 온 언더우드 선교사의 다음 같은 기도문에 나온다.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다운 증후군은 몽고인이나 동양인에게 많은 장애가 아니며,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인종에게도 동일한 비율(신생아 약 800인에 1인)로 나타나고 나이 많은 임산부에게 더 자주 태어나는 장애며 선천성 심장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임신 수개월째에 양수의 염색체 검사에 의해서 태아에서 다운 증후군의 조기발견이 가능하게 됐으며, 일본서는 다운 증후군이라 판명된 태아의 대부분은 임신 중단되고 있는 현상이라 한다.

근래 많은 동양인 학자들이 유전학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1961년 세계 각국 19명의 유전학자는 Mongolism이란 명칭은 그릇된 뜻(인종차별)을 내포하고 있음으로 마땅히 바꿔야 한다고 의학 전문지(Lancet)에 건의했으며, 의학계서도 ‘다운 증후군’이란 명칭변경에 적극 찬성했다.

드디어 1965년 WHO(세계보건기구)는 몽고 정부의 요청을 수락해 Mongolism이란 명칭을 의학용어에서 삭제하기로 정식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옛 명칭이 별명으로 언급되는 일이 아직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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