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진맥으로 본 세상] 담대(膽大)···쓸개가 빠진다면

이원영/논설위원

"저는 보다 실질적인 것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노예들이 모닥불에 모여 앉아 부르는 자유의 노래이기도 하고 이민자들의 희망이기도 하며 가능성에 도전하는 방앗간 아들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어려움과 맞닥뜨린 희망 불확실함에 대한 희망 바로 담대한 희망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일약 전국적 스타로 만든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의 일부분이다. 그가 그 자리에서 말했던 '희망'은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이란 책으로 나왔다. 오프라 윈프리가 읽고서 극찬했던 이 책은 지금도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오바마는 그 '담대함'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의 새 역사를 창조했다.

담대(膽大). 한자로 쓸개를 뜻하는 '담'자이니 결국은 '쓸개가 크다'는 의미다. 겁이 없고 용기가 많을 때 담대하다고 한다. '대담하다'는 말도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다. 그렇기에 용기가 없고 쫀쫀하고 줏대가 없는 사람을 일컬을 땐 '쓸개가 빠졌다'고 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배짱이 있고 용감한 경우를 일컬어 '거츠'가 있다고 하는데 거츠(guts)는 내장 창자를 뜻하는 말이니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용기나 배짱은 뱃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듯하다.

쓸개는 간에 붙어 담즙을 저장.배설하며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기능을 하는 작은 장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담이 큰 것과 용기가 많은 것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의학에서 담은 사물을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정신에 자극을 주는 불량한 요소들을 막아내 기혈 순환을 원활케하고 장부간 상호협조작용을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담의 기운 즉 담기가 충만하면 외부의 영향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강하게 유지되지만 담기가 허약하면 쉽게 놀라고 잠을 잘 못자고 꿈을 많이 꾸는 등의 허약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예화가 있다. 당나라 유명 시인이었던 백거이가 한 고승에게 불교의 핵심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승은 "모든 일에 악행을 버리고 선한 일에 힘쓰는 것"이라는 답을 주었다.

이 대답을 들은 백거이가 "세 살짜리도 다 아는 말 아니냐"고 시큰둥해 하자 고승은 "세 살짜리 아이는 다 알아도 80 노인들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상에는 몰라서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알고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고승은 알고서도 실천하지 않는 모습을 꾸짖은 것이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금연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래저래 많은 지식을 얻는다. 세상의 좋은 말도 새겨 듣는다. 건강상식도 무지하게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해서 다들 고민하는 것 아닌가.

누구든지 '알고 있는 것'을 '실천'으로 바꾸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담대함 용기다. 누가 뭐래도 옳다고 믿는 바대로 자신의 발길을 옮기고 주위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줏대를 지켜가는 것은 바로 쓸개의 몫이다.

새해를 맞아 많은 계획들을 세운다. 그러나 그 계획들을 무산시키려는 주위의 유혹들은 부단히 자신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오바마의 '담대함'이 희망을 창조했듯이 일상의 담대함은 삶의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 낼 것을 믿자. 무엇보다 '쓸개 빠진 사람'이 돼서야 되겠는가. 주먹보다 작은 쓸개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한의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