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공동체 '아미시 마을' 용서·치유의 세월···'총기 난사' 이렇게 극복했다
'아미시 그레이스' 출간
이들은 미국에 살면서도 아미시가 아닌 이들을 '잉글리시'라고 부르는가 하면 언어조차 독일어의 일종인 '펜실베이니아 더치'를 쓴다. 찬송가와 기도문도 독일어로 부르고 외운다.
2006년 가을 펜실베이니아주 니켈마인즈라는 아미시 마을의 전교생 26명인 초등학교에 정신 이상자가 침입 총으로 학생들을 쏘아 5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치는 '전형적 미국식 범죄'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다.
아미시 마을의 총격 사건은 미국인들에게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자괴감을 심어줬지만 이후 아미시들이 보인 용서와 사랑 고통의 상처를 서로 도와 치유한 과정은 미국인들에게 더 신선하고 큰 감동을 줬다.
신간 '아미시 그레이스'는 중상자를 헬리콥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모의 동의를 거치는가 하면 전화나 인터넷 없이도 구전으로 소식을 전하는 등 아미시의 생활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그 신앙의 뿌리와 용서 고통의 치유를 세밀하게 소개한다.
총기 난사 사건 후 아미시 주도로 꾸려진 대책위원회는 애초 외부의 기부를 거부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미시끼리 돕는 상호부조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책위는 며칠 후 "외부인들에게 기부하는 축복을 빼앗지 않고자" 기부를 받기로 태도를 바꿨다. 몇 달 후 기부액은 400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 놀라운 일은 사건이 발생한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부 아미시들은 범인의 아내와 접촉해 그녀를 위로했고 사건 다음날부터는 아미시들이 잇따라 그녀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한 아미시 여성은 CBS 방송에 출연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할 수 있도록 우리도 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밝혔고 딸을 잃은 아미시 가족은 장례식에 범인 가족을 초청하기도 했다.
아미시가 보인 이런 용서의 태도는 언론에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켜 '2001년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을 용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의 사설과 칼럼이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에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아미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미국 교수 3명이 함께 쓴 이 책은 나아가 아미시가 보인 용서의 근원을 성경에서 찾아낸다.
책은 "원수 갚는 것은 내가(하나님)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거나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함에 맡기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아미시들이 '원수를 사랑함'을 실천했다고 전한다.
아울러 아미시를 포함한 '재(再)세례파' 신앙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떻게 다른지 신학적 측면을 통해 꼼꼼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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