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칼럼]‘파이란’의 영주권
김영언/변호사
연기파 배우 최민식과 홍콩 미녀 배우 장백지가 주연을 맡았는데 당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파이란은 장백지의 극중 중국 이름입니다.
중국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오갈 데 없어진 파이란은 직업소개소 브로커의 주선으로 한국 체류를 위한 위장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 가짜 배우자가 바로 보잘 것 없는 폭력조직의 궁상맞은 양아치 역할을 맡은 최민식입니다. 아무 데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최민식이 인생을 포기하려는 순간, 한 번 본 적도 없는 호적상 부인 파이란이 단지 한국에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 때문에 그를 그리워 하다가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삶에 대한 성찰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한국 영화의 명장면으로 많이 언급됩니다.
이민법 칼럼에 갑자기 웬 영화 이야기인가, 하시겠죠. 직업은 속일 수 없는지, 예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던 이민법 이슈가 눈에 들어와 갑자가 한국 영주권 제도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 이민법과 그 절차는 미국 이민법 제도와 용어나 비자 제도 등이 많이 유사
한데, 현재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2년 이상 체류하면 한국 영주권(F-5)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중에서도 진짜 결혼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무원이 장백지의 거처에 와서 조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고로 한국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총 결혼건수 중 이와 같은 국제결혼은 놀랍게도 11.4%에 이르며, 이중 외국인 여성과 결혼이 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내 여성결혼 이민자는 5만9천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성 결혼 이민자의 국적은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 출신이 47.4%로 가장 많고, 다음이 중국(17.3%)ㆍ일본(10.6%)ㆍ필리핀(8.2%)ㆍ베트남(7%)의 순이라고 합니다.
나라를 막론하고 외국인을 영주권자로 받아들이는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길은 내국인과 결혼입니다. 흔한 말로 사랑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지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취업에 의한 영주권에 비해 간단하고 빠른 영주권 취득의 길은 시민권자와 결혼입니다.
미혼의 외국인은, 방문이나 학생비자로 체류하고 있든, 심지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불법체류신분이 됐더라도, 미국에 밀입국한 경우만 아니면 시민권자와 결혼으로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권자의 출생 증명서나 시민권 증서ㆍ결혼증명서, 그리고 재정보증 서류 정도만 있으면 영주권 신청자의 건강검진ㆍ사진ㆍ여권 카피와 함께 이민국에 신청하여 6개월 정도면 취득합니다.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 것이, 정황과 서류상 부인할 수 없는 부모 자식 관계와 달리, 영화 속 파이란이 그러했듯이 얼마든지 거짓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민국 입장에서는 진실한 이민 시스템을 위해 단지 영주권 취득을 위한 위장결혼이 아닌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예외없이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터뷰가 이민국에서 열려 심사를 받게 됩니다. 또한 만약 영주권을 줄 당시 결혼한지 2년이 넘지 않은 경우는 일단 가영주권(Conditional Residence)을 주게 되고, 그로부터 2년 후 진실한 결혼관계를 유지하였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여 한 번 더 심사 후 정식 영주권으로 교체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국 농촌지역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진짜로 시집 온 파이란들이 굉장히 많다는 보도 등을 들어보면, 이민자들이 당당히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다민족 국가 대한민국이 될 날도 이제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미래 847-29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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