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와 말라리아로 두 번 죽을 고비···그래도 케냐는 내 사랑'
아프리카 오지 선교 이석로·송재은 부부
13년째 복음 사역…치료차 워싱턴 방문
지난 96년부터 13년째 아프리카 케냐에서 복음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석로 선교사는 “그래서 더욱 케냐에 가야한다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가 처음 케냐를 찾은 것은 오클라호마주 오랄 로버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
한달간의 일정으로 특별한 계획이나 비전 없이 떠난 단기 선교였다.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야외 전도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그저 복음에 대한 현지인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는 아픈 상처를 받았다. 어느날 강도를 만나 죽지 않을 만큼 얻어 맞고 정신을 잃은 채 길가에 버려진 것.
행인에 의해 구출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거기다 선교 일정을 끝내고 미국에 돌아온 후엔 말라리아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며 혼수상태까지 빠졌다. 그러니 케냐엔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당연할 듯 보였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더군요. 돌아와서 ‘네가 그곳에 가야한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힘들기 때문에) 내가 더 가야한다’는 믿음도 갖게 됐죠.”
그를 케냐로 부른 것은 당시 만났던 현지인들의 숨은(?) 노력도 한 몫 한다. 케냐의 종교 지도자, 목사, 성도들이 몇 달에 걸쳐 매일 그에게 편지를 보내온 것.
“와서 우리를 가르쳐 주세요(Come and teach us)”라는 내용의 이 편지들은 하루 최고 30통까지 그를 따라 다녔다. 이 대목에서 이 선교사는 “아무래도 케냐와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석로 선교사의 옆에는 어린이 사역을 담당하는 부인 송재은 선교사가 있다. 결혼 후 함께 케냐로 떠났지만 사실 송 선교사는 와싱톤 중앙장로교회에서 브라질 파송을 준비중이었다.
어릴 때부터 해외 선교에 꿈을 뒀지만 진규(9)와 현규(5) 두 아들을 낳아 키우며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둘째를 케냐 현지 병원에서 낳았을 땐 옆을 지키며 산후 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또 혹시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했다.
“어릴 때부터 선교사가 꿈이었기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드리죠. 하지만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큰 고비도 있었어요. 그 중 가장 힘든 건 역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올해 초 송 선교사는 장티푸스로, 다섯살 난 현규는 장염과 간염까지 겹치면서 크게 앓았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버지니아 버크에 있는 친정집에 두달여간 머물면서 느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냐를 그리워한다는 것이었다. 수돗물을 틀면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불을 켜면 환한 전깃불, 자동으로 열리는 문 등이 그렇게 생소할 수가 없었다.
“이젠 케냐가 우리집이라고 느껴져요. 앞으로도 계속 그곳에서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게 되겠죠.”
이석로 선교사 부부는 ‘스쿨 오브 미션’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약 900여명의 원주민 종교 지도자를 배출했다. 이 중엔 케냐 뿐 아니라 탄자니아, 수단, 말라위, 나미비아 등 타 지역까지 나가 복음 사역을 확장하는 ‘제자’도 있다. 특히 송재은 선교사는 어린이 사역을 위해 나이로비에 모델 유치원을 운영하며, 유치원 및 주일학교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 지역 여선교회연합회(회장 김정숙)는 오는 7일 케냐로 출국하는 이석로·송재은 선교사 부부를 위한 후원 예배를 마련했다. 3일(일) 오후 5시30분 버크 소재 필그림교회서다.
김 회장은 “매년 송재은 선교사 부부를 위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왔는데 몸이 아픈 관계로 잠시 미국을 방문한 두 부부를 위해 직접 만나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703-975-6690 장소: 4925 Twinbrook Rd., Burke, VA 22015
유승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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