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머리가 큰 우리 아이
이수임/화가·브루클린
옆에 덩치가 나의 서너 배는 되는 백인 여자도 간호원이 아이를 들어 보여주니 반가와했다. 그녀는 머리가 제일 큰 아이를 보더니 나를 아래위로 쳐다 보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네가 낳은 아이니?” 너무 크게 낳아 창피해하며 “그렇다니까” “몇 파운드야?” “ 9파운드 8온스.” 놀라서 다시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너의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아이가 나올 수 있니?” “제왕절개 했어.” “네 아이는 몇 파운드니?”“6파운드.”
나의 첫 아이는 그 병원에서 그 주에 가장 큰 아이로 태어났다. 간호원이 아이를 데려와 내 품에 안겨주며 떠나지 않고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서있다.
내가 안고 일어나려고만 하면 아이를 떨어뜨린다며 침대에 앉아서 안으라고 성화다. 100파운드도 안되는 내가 아이를 가누는 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퇴원하던 날 간호원이 “네가 아이의 보스가 돼야지 아이를 너의 보스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해줬다.
크게 난 아이가 자라면서 키가 안 큰다고 한다. 물론 엄마 아빠가 둘 다 작으니 클리도 없겠지만 아무튼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토하기 시작했다. 키는 작고 얼굴은 크고, 볼에 살이 너무 많고 그리고 다리가 굵다고 불평불만이다. 엄마 아빠의 나쁜점만 닮았다며 부모를 원망했다.
9학년이 되자 아이의 얼굴엔 여드름이 쫙 깔렸다. “생긴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난리니 공부나 해”하며 타일러도 화를 내며 투덜대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내내 옷, 장난감 등등 많은 것을 얻어다 키웠지만, 이제야 말로 아끼고 아껴 모아 놓은 쌈짓돈을 풀어야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아이와 나는 부지런히 인터넷으로 여드름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좋다는 여드름 약은 이것저것 사다 써보게 했다. 치아교정도 했고, 수영팀에도 들어갔다. 아이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려고 여름 방학마다 해외 봉사활동을 보냈다.
아이는 갑자기 자기를 위해 돈을 펑펑 쓰며 평상시와는 달리 행동하는 엄마를 보며 묻는다. “엄마 괜찮아? 우리 집 망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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