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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셰프, 프랑스 요리와 고구마의 만남

'정통 프렌치와 고구마의 만남'.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했지만 양 셰프는 깔끔한 방식으로 둘의 어색함을 부드럽게 조화시켰다.

애피타이저에서 바삭하게 튀겨낸 고구마와 상큼한 송로버섯 소스를 곁들여 입맛을 돋우고 메인에서 부드러운 양고기와 고구마 퓌레가 조화를 이뤘다. 분자요리로 만든 디저트는 압권이었다. 토마토와 고구마로 만든 요리였지만 두 재료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혀끝으로만 '이게 토마토와 고구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양지훈(34.사진) 셰프. 그의 요리 속도는 빠르다. 순식간에 굽고 접시에 내고 뒷정리를 한다. 그는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일할 때 성격이 엄청 급해진다"고 했다.

그는 10년 동안 요리계의 '방랑자' 생활을 했다. 영화 연출을 꿈꾸다 '먹고 살기 위해' 요리로 방향을 돌린 뒤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를 나왔다.

'새로운 방식'이 궁금해 유명하다는 셰프들을 찾아다녔다. 미국 10대 셰프에 든 셰프 존의 프렌치 레스토랑 '레인' 세계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일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캉테상스' 두바이 '피에르 가니에르' 등으로 이어진 요리에 대한 그의 무한한 호기심은 곧 화려한 경력이 됐다.

양 셰프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한국 식재료를 이용해 한국화된 프렌치를 선보인다. 백김치 대신 엔다이브로 만든 피클을 내고 스테이크와 함께 먹을 소스로 고추장 느낌의 레드 피망 처트니를 내는 식이다.

그의 요리는 과일을 많이 써 상큼하다. 프렌치는 느끼하다는 편견을 깬다. 그는 "상큼하고 산뜻해 먹고 나서도 김치를 찾지 않는 프렌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양 셰프는 시간 날 때마다 테이블로 가 요리 설명을 해 주는 것을 즐긴다. '셰프가 손님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팔고 싶단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그가 팔고 싶은 문화다.

■애피타이저…고구마를 곁들인 꼴뚜기·아티초크
구운 아티초크 위에 바삭하게 튀긴 호박고구마와 꼴뚜기를 올렸다. 식감과 맛이 고구마와 비슷한 아티초크의 담백함이 바삭하게 씹히는 고구마와 어울린다.
전분가루와 밀가루만 묻혀 튀겨낸 꼴뚜기의 짭조름한 맛은 고구마의 단맛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새콤한 흰 송로버섯 소스를 곁들여 입안에 남아 도는 기름기를 말끔하게 가시게 했다.

■메인…양고기와 자색 고구마 퓌레
양고기는 부드럽고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6개월 미만의 어린 양을 이용하고, 양고기의 겉에 빵가루·정제버터·허브로 만든 크러스트를 입혀 하루 동안 숙성시킨 덕이다.
고기를 굽는 동안 버터는 녹아내리고 바삭하게 구워진 빵가루와 허브만 고기에 남아 부드러운 고기와 조화를 이뤘다.
보라색 고구마 퓌레와 노란색 당근 퓌레는 색 자체만으로도 여름의 강렬함을 떠올리게 했다. 빨간 피망과 사과를 갈아 만든 빨간 처트니는 상큼했다.

■디저트…고구마 퓌레 풍선과 토마토 워터
살얼음이 살짝 낀 물 위에 노란 알이 하나 동동 떠 있다. 마치 수란 같다. 눈과 입이 즐거운 분자요리 기법을 이용했다. 토마토를 곱게 갈아 여러 겹 덧댄 소창에 걸러 맑은 물만 뽑아냈다. 그 위에 막을 입힌 고구마 퓌레를 노란 풍선처럼 띄웠다.
마시면 새콤한 토마토의 맛이 먼저 느껴지고 마지막으로 노란 고구마 풍선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터진다. 크리스털 볼에 담긴 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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