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의 원리···우라늄 1g 은 석탄 3t과 맞먹는 에너지 방출
환경론자들이 경원하던 원전이 일부에서 친환경 에너지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 이채롭다.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20기로 국내 전력 수요의 40%를 맡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원리를 알아보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등산 애호가는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 켜는 손전등을 필수품처럼 갖고 다닌다. 산 속을 헤매다 전지가 다 닳아버리면 큰일이라 손으로 돌려 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모두 근본 원리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고 그 터빈으로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터빈을 돌리는 것은 손전등의 손잡이를 손으로 돌리는 것과 비견된다.
석탄 화력발전은 증기를 만들 물을 끓이기 위해 석탄을 태우지만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핵을 분열시켜 그때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수력발전은 높은 곳에서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린다. 물의 낙차에 의한 에너지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이처럼 발전 방식이 다르다는 건 터빈을 돌릴 힘을 얻는 방식의 차이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로에서 연료인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고→ 그때 발생하는 열을 꺼내 물을 끓인다→ 이어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고→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상대성이론을 아시나요
E=mc². T셔츠에 새겨질 정도의 익숙한 공식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물체의 정지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뜻한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에너지질량 등가 법칙이다.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는 이 방정식에서 나왔다. 물질의 원자핵 분열이 일어나기 전후의 무게 차이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이렇게 간단한 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보통 물질의 원자핵은 쪼개고 나면 그 전보다 무게가 줄어든다.
원자력발전도 우라늄이라는 물질의 원자 핵이 쪼개지면서 원래 무게보다 줄어든 무게만큼 발산하는 열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쓴다.
우라늄 핵 분열 때 열 방출
우라늄의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진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의 크기는 100억분의 1m 정도라고 하니 웬만한 성능의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렵다. 우라늄 원자 핵을 초속 2.2㎞의 중성자로 충돌시키면 그 핵이 두 개로 쪼개진다. 중성자의 속도가 이보다 훨씬 빠르면 되레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한다. 중성자가 그냥 핵을 뚫고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핵이 분열할 때 중성자 두세 개가 함께 떨어져 나오며 그 중성자는 바로 옆에 있는 우라늄 핵에 충돌해 또 다른 핵 분열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우라늄 1g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석탄 3t이 다 탈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우라늄은 석탄보다 약 300만 배의 열을 내는 셈이다.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분열 일으키는 우라늄은 한 종류
우라늄-235만이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킨다. 문제는 천연우라늄 중에 이런 것이 0.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00g의 우라늄을 광산에서 캐냈다고 하면 그중 우라늄-235는 0.7g밖에 들어 있지 않은 셈이다.
부산 고리와 전남 영광 경북 울진의 원전에는 우라늄-235의 비율을 2~5%로 높인 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이를 저농축 우라늄이라고 한다. 핵무기로 쓰려면 이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보통 우라늄 원료는 담배 필터 형태의 '펠렛(Pellet)'으로 만들어 쓴다. 펠렛 한 개의 무게는 5g. 펠렛 한 개로 한 가구가 8개월간 쓸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로에 연료를 넣을 때는 펠렛 수백 개를 다발로 묶어 집어넣고 3~5년마다 교체한다.
원자로 속 열 냉각제로 꺼내
우라늄이 가득 들어 있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섭씨 300도 정도가 된다. 압력도 실외의 160배 정도로 고압이다. 원자로에서 열이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꺼낼 수 없으면 소용없다.
냉각제가 그 역할을 한다. 원자로에 따라 쓰는 물질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물과 중수(무거운 물) 이산화탄소 헬륨 액체 금속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냉각제가 원자로를 관으로 통과하면서 덥혀진다. 그렇게 뜨거워진 냉각제를 원자로 밖으로 이동시킨 뒤 그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다. 만약 냉각제가 공급되지 않으면 원자로가 과열돼 문제가 발생한다.
핵분열은 제어봉으로 조절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제멋대로 일어나면 큰일이다. 이를 잘 조절.통제해야 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이 중성자이므로 중성자 수를 조절하는 게 제어봉이다. 일반적으로 핵연료 다발 사이사이에 붕소나 카드뮴으로 만든 제어봉이 끼워져 있다. 붕소와 카드뮴은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만약 중성자 수를 줄이려면 제어봉이 원자로 안에 많이 들어가게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하면 된다.
첫 원전은 옛 소련에서 가동
소련은 상용 원전으로 5000kW급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했다. 이는 세계 첫 상용 원전이자 가장 수명이 긴 원전으로 기록됐다. 1954년 가동에 들어가 2002년 4월 30일 원자로의 불을 껐다.
48년을 버틴 것이다. 연구 차원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자력으로 발전에 성공한 곳은 미국 아이다호 국립원자력시험장이다. 1951년이었다. 미국은 이를 활용해 이듬해 원자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 발전이 상용 원전에 앞서 처음 이용된 곳이 잠수함이었던 셈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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