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 영화 '트와일라잇' 1·2편 출연 한인 배우 저스틴 전, 주류 10대들이 좋아하는 첫 한인 배우
영화 성공으로 전세계에서 관람…내 연기 모습 보여줄 수 있어 행운
캐릭터 변화준 연기에 감독 만족…한국 감독과도 함께 일하고 싶어
그리고 1년 만에 제작된 속편은 벌써부터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또 한 번의 ‘트와일라잇 열풍’을 앞 두고 20일 개봉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수많은 ‘트와일라잇 폐인’들은 비단 영화의 주인공들뿐 아니라 조연과 단역 한 명 한 명의 일거수 일투족에도 온 관심을 쏟고 있다. 그들에게 ‘트와일라잇’의 모든 것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말고 눈과 귀와 가슴에 새겨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영화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는 한인 배우 저스틴 전(28)에게 쏠리는 관심과 인기는, 그래서 더욱 깊고도 강렬한 ‘고농도’의 그것이다. 수천 수만의 ‘트와일라잇’ 팬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저스틴 전 관련 포스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새 영화 ‘트와일라잇 2 :뉴 문’의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 활동으로 바쁜 저스틴 전을 웨스트 LA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전세계를 돌며 홍보 활동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어요. 미국도 미국이지만 유럽과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트와일라잇’의 인기가 특히 대단한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꽤 대단하다고 들었고요.”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저스틴 전이 맡고 있는 역할은 여주인공 벨라의 학교 친구인 에릭 요키. 뱀파이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이다 보니 주목도가 떨어질만도 하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한번에 3편까지 이어질 ‘트와일라잇’ 시리즈 전 편 출연이 확정될 수 있었고, 자신의 인지도도 엄청나게 높일 수 있었다.
“메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워낙에 어마어마한 흥행을 거둔 영화잖아요. 세계 구석구석에까지 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단 점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죠. 연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큰 일이 제게 일어난 거죠. 2편에선 1편보다 비중도 조금 줄어들었지만, 개봉을 앞둔 지금 여전히 흥분되고 떨려요.”
저스틴 전은 ‘트와일라잇’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표현한다. 금기를 꿈꾸는 10대 소녀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는 영화나 빅 스타가 전무했던 최근의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그도 처음엔 ‘트와일라잇’의 출연을 망설였었다. 니켈레디온 TV ‘저스트 조단’ 등의 시트콤에 출연하며 가벼운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에 조금은 무게 있고도 진지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 하드윅 감독, 여주인공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일해보고 싶단 생각에 오디션에 도전했던 것이 그와 ‘트와일라잇’간 인연의 시작이다.
“사실 에릭 요키 캐릭터는 설정 상 백인이 맡아야 하는 배역이에요. 영화 배경이 되는 시골 동네도 아시안이 살 만한 곳은 아니죠. 오디션장에도 순 백인 배우들뿐이었죠. 다행히 원작이 규정한 ‘너드’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변형을 준 제 연기를 감독과 제작사가 아주 마음에 들어해준 덕에 ‘트와일라잇’에 출연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거죠.”
‘트와일라잇’ 배역을 따낼 때도 그랬지만,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로서 할리우드의 핵심을 뚫고 들어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저스틴 전은 여전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6피트 키에 금발 푸른 눈을 가진 배우들과 어떻게 스스로를 차별화시키고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은 언제나 그에게 도전이자 과제다.
“역할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요. 언제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세탁소 업주, 중국 음식 배달원, 갱스터 넘버3 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어떻게 보면 아직도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다양한 문화와 삶의 모습이 충분히 노출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빨리 더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 작가와 프로듀서,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맡는 역할을 창조해내 보고자 하는 소망도 있다. 이를 위해 동료 한인 2세 배우인 레오나르도 남과 각본에 주연까지 맡은 영화를 공동 제작하는 것이 그의 다음 프로젝트다. TV 프로듀서인 친구와 함께 새로운 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내년 중엔 이 프로젝트가 빛을 볼 수 있으리란 것이 그의 귀띔이다.
저스틴 전은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자신의 연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쟤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거 맞아?’할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게 자신의 강점이란 얘기다. 하지만 더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파악한 캐릭터, 내가 하고 있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단 한 명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가 없어요. 그만큼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비가 비교적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 깊이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자신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데뷔 초기엔 숀 펜이나 자니 뎁을 롤 모델로 꼭 그들과 같은 배우가 되겠다고 꿈꿨었다는 저스틴 전. 하지만 지금은 보다 자유롭고도 다양하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가겠다고 목표를 바꿨다.
‘트와일라잇’ 같은 뱀파이어물부터 우스꽝스러운 TV시리즈, 시니컬한 코미디나 어두운 누아르까지, 모든 장르에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모든 장르에 열린 마음으로 도전해 보겠단 생각이다. 요즘엔 오래지 않아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등 한국 유명 감독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나는 이런 배우다’라는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두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액션 영화만 고집했는데, 제 진짜 적성은 다른 데 있었을 수도 있고, 제작자나 관객들은 제 다른 모습을 좋아해 줄 수도 있는 것이죠. 조금은 여유롭게, 흘러가는 대로 앞으로의 연기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란 곧 ‘긴 여정’같은 것이니까요.”
한편 저스틴 전은 다문화영화협회(MMPA·Multicultural Motion Picture Association)가 수여하는 제17회 ‘다이버시티 어워드’(Diversity Awards)에서 남자 신인상에 해당하는 ‘메일 노바 어워드’(Male Nova Award)’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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