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합격 가이드] ③ 잘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모방과 창조는 동전의 양면
김재권/휴아트 미술학원장
하나는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의 형태가 드러나는 그림으로 구상화다. 다른 하나는 사물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고 색·면·선 등의 요소로 그려지는 느낌을 위한 그림을 비구상화라 부른다.
구상화란 닮게 그려지는 부분이 중요시되는 사실주의에 기본 토대를 두고 구도·공간·색의 3요소를 활용하여 그려지는 대상을 최대한 닮게 그리거나 변형시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형태와 주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회화 영역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면 닮게 그리는 것에 기준을 두는 경향이 많다. 3차 공간의 대상을 잘 관찰해서 2차 도면으로 옮기는 이러한 그림 그리기 기법은 소질이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리려는 대상을 잘 관찰하면 표현 기법 또한 발전한다.
즉 닮게 그렸다는 표현은 대상의 세밀한 부분 관찰과 전체적인 관찰의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탁월한 관찰력과 시각적인 기억력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능력은 연습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부분 관찰과 전체 관찰을 기계적으로 표현해 감정을 배제하는 극사실주의자들은 대상을 사진 촬영한 후 인쇄해서 모눈 종이에 옮겨 그려 작은 부분에서 전체 화면에 이르기까지 극도의 정밀묘사로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림을 발표하기도 한다. 미국의 극사실주의 작가인 척 클로즈는 사람의 능력이 사진기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들을 통하여 입증하고 있다.
대학 입학 포토폴리오 중 30% 정도의 작품은 학생 자신의 표현 기본기인 사실적인 드로잉 작품을 포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경우 포트폴리오 외에도 3점의 연필 드로잉 작품을 16x20의 종이에 그려서 보내야 한다.
비구상화란 색·면·선을 이용해 실제 대상을 그리지 않고 주관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한 그림으로 보이는 사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들리는 소리, 존재하지만 잡아볼 수 없는 시간까지도 시각화하는 노력들이 비구상화로 표현되고 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추상미술은 색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정립하고, 관념·행위·디지털 미술로까지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추상 미술은 창조력을 향상시키며 자유로운 미술세계를 마음껏 경험해 볼 수있는 새로운 그림 그리기 체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리는 대상과 닮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표현으로 색에 대한 감각과 화면 속에서 발견되는 형태나 기호와 소통을 통하여 균형감과 조화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능력이 발달한다.
물감을 뿌리거나 선을 마음대로 그린 후 선의 겹쳐진 부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형태들은 의식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한 형태들로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최근 고교에서 배우는 AP 아트 스튜디오 클래스에서는 학생들의 창조력 향상과 현대 미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상미술을 체험하는 시간을 많이 늘리고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도록 권장해 닮지 않고도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닮게 그리는 능력과 느낌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모두 다함께 갖추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미대입시 준비라고 본다. 모방과 창조는 음과 양처럼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대 입학을 앞두고 자녀의 소질보다는 얼마나 미술을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입시 가이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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