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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베토벤의 청각장애 (I)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베토벤은 1770년 독일의 본에서 음악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궁정 음악가였으며 알코올 중독자였지만 그래도 비교적 이름을 날리던 음악가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일찍 포착했다.

그래서 모차르트 같은 신동으로 키우기 위해 아들에게 오르간,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까지 가르쳤다.

베토벤은 하이든에게 수학하기 위해 1792년 비엔나로 갔다. 수년 안에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다. 어린 시절에는 청각이 남들에 비해 유별나게 밝았다고 한다.

그러나 27세에 처음으로 왼쪽 귀로 고음을 듣지 못했으며 이어 오른 쪽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첫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던 무렵이었는데 이것은 신경장애로 인한 증상임을 시사한다. 그는 청각 이상을 남에게 숨겼지만 증상은 점차 심해 갔다.

결국 1801년 그는 고향에 있는 의사에게 상의했다. “지난 3년간 청각이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극장에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몸을 한참 구부려야 합니다. 나는 조금만 떨어져도 높은 목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또 남들이 낮은 소리로 대화를 할 때 소리는 들려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이 역시 신경장애로 인한 청각 상실을 의미한다.

같은 편지에서 “누가 소리를 크게 지르면 나는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지요."

이것은 ‘청각과민증’이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런 환자들은 비퍼가 울리거나 남이 심하게 기침만 해도 귀에 통증을 느낀다. 이들에서 정상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있는 영역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좁아져 있다.

이런 걱정을 그는 남에게 호소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다른 직업도 아니고 작곡가의 귀가 먹었다는 것이 남들에게 알려지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귀머거리’와 ‘청각과민증’말고도 그는‘귀 울음’증상도 갖고 있었다. “내 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울립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1802년 그는 비엔나 도시의 소음을 피해 정양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하일리겐슈타트라는 조용한 시골로 내려가 6개월 간 쉬면서 제2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며 이때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작성했다.

그 후 수년간에 걸쳐 그는 맹렬한 속도로 작품을 생산해 냈다. 한 저자는 청력 장애로 인해 세상과 절연된 결과 모든 집중력을 음악에만 쏟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작곡가로서의 창작 능력이 오히려 제고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지속적으로 약해 가는 청력으로 인해 베토벤은 연주자나 지휘자의 길을 포기했으며 오직 창작에만 전념했다. 1814년에는 보청기 사용을 시도했다. 이 보청기는 메트로논을 발명한 멜첼이 고안해 주었다.

1817년 40세가 채 안된 그는 음악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늘 수첩을 지니고 다니면서 글은 적어 연주가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50세가 된 1821년, 그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완전한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말년에 장엄 미사, 제9번 합창 교향곡, 그리고 대곡으로 평가받는 말년의 6개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다.

베토벤은 1827년3월26일, 56세의 나이에 폐렴, 알코올 중독에 의한 간경변증 그리고 이에 따른 신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일생을 외롭고 불운하게 살았던 그의 장례식은 사망한지 사흘만에 열렸는데 그 소식이 얼마나 빨리 퍼졌는지 2만명 이상의 조객들이 몰려들어 이 위대한 작곡가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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