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술람미, 구약의 농염한 신데렐라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조선 전기의 학자들이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을 진솔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읊은 고려가요를 일컬어 '남녀상열지사'라 했는데 그러한 요소를 다분히 간직한 노래이다. 노골적 성애에 대한 묘사 때문에 구약의 정경(canon)으로 채택되는 데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기도 하였다.
술람미 땅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던 솔로몬 왕은 그곳에서 단번에 그의 마음을 빼앗아 가 버린 한 시골 처녀를 만나게 된다. 이 여인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린 솔로몬은 다음과 같이 사랑의 밀어(密語)를 속삭인다.
"너무나 아리땁고 귀여운 그대 내 사랑 내 즐거움이여 종려나무처럼 늘씬한 키에 앞가슴은 종려 송이 같구나. 나는 종려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휘어잡으리라. 종려 송이 같은 앞가슴 만지게 해 다오.
능금 향내 같은 입김 맡게 해다오. 잇몸과 입술을 넘어 나오는 포도주 같은 단 맛을 그대 입 속에서 맛보게 해다오." 그 여인은 태양 볕 아래에서 오랜 시간 동안 노동을 한 탓에 게달의 장막처럼 가무잡잡한 피부와 야생미가 돋보이는 자연 미인이었던 것 같다. 이 술람미 여인은 아가서의 시작에서 사랑을 받을 만한 조건이 자신에게 전혀 없음을 고백하고 있다.
검게 탄 피부 포도원지기였던 천한 신분 포도원마저도 지킬 수 없었던 그녀의 무능함 이 모든 불행한 조건들을 간직하고 있던 이 여인이 왕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시쳇말로 자고나니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후대의 독자들은 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사랑을 이스라엘 백성을 택한 하나님의 순수한 사랑으로(유대교) 그리스도와 그의 신부로 묘사되는 교회의 거룩한 사랑으로(기독교) 풍유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형제애든 신적 사랑이든 '사랑'은 고귀하다. 그 사랑이 인습(因習) 조건 차별을 뛰어넘을 때 그 사랑은 더욱 고귀하고 그 사랑의 씨앗에서 (육적 혹은 영적) 생명은 탄생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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