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에세이] 분리불안 장애
2008년 9월 14일자 ‘디어 애비’상담 난에 실린 기사다.
“디어 애비: 나는 39세의 남자로 지난 10년 간 ‘라나’와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우리는 자녀, 직업, 금전 문제 등을 한 팀이 되어 해결해 왔습니다. 지금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해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나는 직업상 여행을 자주 합니다.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지만 ‘극심한 분리불안'(Extreme Separation Anxiety)’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아내를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내 문제는 아내와 가족을 너무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떠나면 나는 매일 밤 울고 지냅니다. 집에 돌아오면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집니다. 라나는 이런 행동을 이해해서 탓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쳤을까요? 내가 아는 친구들은 여행을 떠나면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그러나 나는 집을 떠나 라나와 아이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나 더 이상 사업을 위해 여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공항에서 울보.
울보 씨에게: 당신이 부인과 아이들을 떠나 느끼는 슬픔과 스트레스는 너무 심하군요. 당신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어떤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 정신건강 전문인을 만나 불안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시기 바랍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시작하세요. 그러면 당신이 새로운 직업을 다시 선택할지 아닐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분리불안 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는 주로 소아정신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다. 그 기준으로는 아이가 애착을 가진 집이나 성인(주로 부모)으로부터 떨어지는데 극심한 불안을 보이며 떨어진다는 예측만 해도 견지지 못한다. 만일 애착을 갖은 성인과 분리되어 있으면 상대방이 납치를 당했거나 심한 위험에 처해있지 않을까 계속 걱정을 한다.
성인에게 애착(Attachment)된 아이가 보호자로부터 강제로 분리되었을 때 나타내는 행동의 변화는 이차대전 시 영국 소아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John Bowlby)가 고아원에 강제 입원된 유아들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했고 그의 소견은 아직도 교과서에 등장한다. 분리된 유아들은 우선 항의(Protest)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낙망(Despair)하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분리(Detachment)된다. 더 이상 성인의 개입이 없으면 유아는 사망하기도 한다.
분리불안 장애는 유아 시절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6세쯤 되어 학교에 가서 부모와 분리될 때 등교를 거부하거나 일단 부모를 따라 학교를 가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막무가내로 발버둥칠 때 아이가 이 장애를 지녔음을 알게 된다. 혼자 있지 않으려 하고 낯익은 사람이 동행하지 않으며 집 박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 집에 있어도 항상 부모의 존재를 점검한다. 심하면 혼자 자려 하지 않으며 잠이 들어도 분리와 관계된 소재의 악몽을 반복한다.
어느 정도 자라서 혼자 있어도 두통이나 복통, 구역질과 구토 같은 신체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항상 전화를 걸어 어른의 위치를 수시로 체크하며 연결 대를 놓지 않으려 한다. 보통 이런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차차 불안에서 해방된다. 그러나‘디어 애비’에 호소한 사람은 소아정신과에서 치료가 가능한데도 방치한 결과 드물게 성인이 되었어도 ‘분리불안장애’가 남아있는 경우라 하겠다.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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