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칼럼] 이상한 사람 만나는 이유
이웅진/선우대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던 두 사람은 결국 “키는 작아가지고…” “못생긴 주제에…”라는 생각에 자신의 최악의 모습만 보여주고, 또 상대의 최악의 모습만 보고는 헤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은 이것이 두 사람의 진짜 모습은 아니었다. 키 작은 남자는 매너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고, 못생긴 여자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첫 만남의 느낌에 좌우되지 말고, 몇 번만 더 만났더라도 이런 상대의 장점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상대에게 기분 나쁜 기억만을 남겨주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아예 입 꾹 다물고 화난 표정으로 앉아만 있다가 일어나는 사람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대학 후배에게 이런 여자를 소개시켜 줬다가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배는 특별히 잘난 데가 없고 평범하다는 이유로 한 시간 동안 그 여자에게 침묵의 고문을 당했다.
후배가 “집은 어디세요?”라고 물으면 그 여자는 내키지 않는 듯 뜸 들이다가 “역삼동이요”하고 대답했고, “그럼 00 고등학교를 나오셨겠군요?”라고 물었더니 고개만 까딱였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이의 남녀가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는다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부담스러운가.
후배는 소개시켜 준 나의 성의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노력했지만, 이 여자는 “혼자 잘해봐”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었다.
“내가 자꾸 말을 시키니까 자기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줄 알고 콧대를 세운 그 도도함이라니….” 후배는 개념 없는 그녀에 대한 분풀이를 내게 해대었는데, 그런 여자를 사랑할 남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과의 만남, 특히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의 만남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성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싫은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거나 잘 보이려고 노력하라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웃는 얼굴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만남의 예의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인물 좋고 괜찮은 남자가 있었다. 그 역시 여자의 인물을 따지고, 높은 학력을 원하는 등 욕심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조건만 따진다고 욕을 먹지 않는다.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열심히 대화를 하고, 찻값도 항상 자기가 지불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예의를 지킴으로써 스스로를 인기 있는 남자로 만들었다.
그가 첫 만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의 차원도 있지만, 첫 만남의 인상이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은 여자들을 소개 받은 경험상 처음 만날 때는 상대의 단점이 더 먼저 들어오는데, 자꾸 만날수록 장점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는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만남의 법칙을 알고, 상대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을 가졌기 때문이다.
왜 나는 이상한 사람만 만날까? 왜 나만 연애를 못할까? 고민한다면 만남의 방식을 한번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상대의 흠집만 먼저 보는 건 아닌지,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현명한 사람은 단점을 잘 찾는 사람보다 장점을 더 잘 찾는 사람이다. 특히 남녀관계에선 단점보다 장점을 잘 찾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
세상에는 100%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지만, 100% 단점만 있는 사람 역시 없다. 어느 부분을 더 먼저 보느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대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 많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말수가 적은 남성을 두고 답답하다고 싫어하는 여성도 있지만, 과묵하고 생각이 깊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다. 데이트할 때 의자를 당겨 앉혀 주는 남성이 배려심 많을 수도 있지만, 연애경험 많은 플레이보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은 종이 앞 뒤와 같다. 장점만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장점부터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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