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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소유욕을 다스리는 방법

권소희/소설가

법정 스님의 입적했다.

죽음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바람만 잠깐 불어도 흐트러지는 벚꽃처럼 마음이 어지럽다. 누구라도 이 세상을 떠나 저 피안으로 가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인데도 미련이든 번민이든 사라지는 것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 사놓은 책이 한 권 있다. 그 책은 법정스님이 쓴 '무소유'다. 언제 그 책을 구입했는지 기억도 없다. 다만 그 책이 아직까지 내 책꽂이에 꽂혀있는 게 새삼스럽다. 불교인도 아니어서 법정스님과 친분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난 왜 이 책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건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스물 남짓한 때였다. 청춘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때. 뭐든지 할 수 있는 시절이었고 어떤 것이라도 가능한 나이였다.

하지만 내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을 더 먼저 체험하게 했다. 내가 마음먹는 대로 세상은 움직여주지도 않았고 가진 것 없는 젊은이가 버티기에는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아마도 그때가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가장 절망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떠올리던 그때 '무소유'라는 제목을 단 자그마한 책을 집어 들었다. 삶보다는 민감하게 죽음을 생각했던 그 시절에 아마 나는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소유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고 주변의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말하자면 책 제목 때문에 그 책을 샀던 셈이다.

어떻게 그 젊은 시절에 혼란스러웠던 고민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되었는지 모른다. 다만 나 나름대로 소유욕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적당히 세상과 융화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철도 같이 들었다. 그 중에 소유에 대한 집착을 경멸하는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나는 단 번에 욕망과 멀어질 수가 있었다.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남들은 하나도 가질까 말까하는 명품 핸드백이 많았다. 하루는 루이비통 다른 날은 샤넬. 마치 옷을 갈아입듯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남들이 자기 핸드백을 '짝퉁'으로 오해받을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릇된 소유욕은 때론 코미디처럼 우습다.

소유욕은 그 호흡이 다할 때까지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유욕은 오늘 보다는 내일을 고민하게 한다. 내일을 계획하는 일이야말로 욕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첫 번째 조건이다.

비록 오늘 절뚝거릴지라도 소유에 대한 갈망은 의지를 갖게 하고 어떤 고난도 이겨나게 한다. 소유욕에서 발생되는 경쟁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 소유욕이 비극으로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다. 삼베로 만든 홑겹 수의가 고작인 죽음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부질없게 만든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소유의 끈을 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소유하고픈 욕구는 본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창조는 번성을 의미하며 번성에는 필연적으로 소유욕이 고리처럼 따라붙는다. 생명의 근본이 원래 그러해서 인생은 그 때문에 고달파진다.

한 사람의 단출한 죽음은 무소유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무소유의 형상을 남기고 떠났다. 가진 게 많아야 행복해지는 세상 논리는 그로 인해 잠시 무릎을 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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