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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철의 상인의 생각]교두보(橋頭堡)

교두보란 본래 강 건너편을 공격할 때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다리 양쪽에 구축된 든든한 진지를 말한다. 그래서 세력을 확장할 때에 경쟁상대의 세력권안에 확실히 만든 발판을 의미하며 이 발판을 밟고 경쟁상대의 세력권 안으로 공격하는 중요한 거점을 말한다.

이민(移民)은 '사람을 옮긴다'는 뜻으로, 자발적으로 살던 곳을 뒤로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이민과 관련 남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3대 반도인 산동반도, 요동반도, 조선반도가 있다.

이 반도사이에는 중국의 전란이 있을 때마다 산동반도에서 요동반도로 피난했고, 전란이 더욱 더 커져 요동반도까지 미치면 패자인 요동반도의 왕족, 귀족은 속민을 데리고 더 멀리 변방인 조선반도로 피난했다. 이렇게 조선반도는 비교적 중국의 전란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고구려의 장수왕이 반도 남쪽으로 남진정책을 쓰자, 이에 패한 백제, 신라의 왕족, 귀족들이 속민을 데리고 합포를 떠나 현해탄을 건너 쓰시마, 이끼, 이토지마, 큐슈를 거쳐 "갈대밭이 무성한 황무지"인 일본으로 피난했다. 기원전 3세기 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의 조선반도에서 난을 피해 옮겨간 것이 조선반도 사람들의 이민의 처음이 된 것이다.

"갈대가 무성한 바닷가"인 미개척지 일본땅에 도착한 조선 이민자들은 뒤따라 올지도 모르는 침략자나 일본 내 원주민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식 산성'을 급조해 자기방어에 나섰다. 조선식 산성이란 흙으로 쌓은 성을 말한다. 조선 이민자들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남녀노소 따로 없이 밤낮으로 성을 쌓고, 또한 있는 힘을 다해 성을 지켰을 것이다. 이런 조선식 산성은 이또지마, 큐슈, 긴끼, 키나이 지방 일대에 지금도 무수히 남아있다. 생존을 위해 쌓은 산성은 해가 지남에 따라 굳건한 산성이 돼 정치적, 군사적으로 일본 원주민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조선 이민자들은 굳건한 산성을 토대로 정치력을 키워 일본으로 이민한지 약 6대, 200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인 소가노 우마꼬, 소가노 마리꼬대에 이르러선 막부를 형성하고 원주민인 쇼토쿠 태자와 연합해 일본을 통치하게 이른다.

현대에는 1980년대에 조선반도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많은 한국인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민했다. 커다란 이민가방을 끌고,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L.A. 공항이나 뉴욕의 케네디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채 가게, 세탁소, 세븐 일레븐 등에서 점원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편은 야채가게에 가서 일하고, 부인은 편의점 점원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으로, 24시간 일만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에는 열심히 일해 자신만의 야채 가게를 갖게된 사람을 성공한 사람으로 여기고 모두들 부러워하곤 했다. 당시의 야채 가게는 일본으로 이민갔던 한국인이 축조한 '조선식 산성'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산성을 미국내에 세운 것이다.

이런 조그만 야채 가게가 200년이 흐른 후에는 미국을 움직이는 기업이 될 것이고, 우리의 후손은 6대가 지난 다음에는 미국 경제계를 움직이는 대자본가가 될 것임에 우리는 일본으로 이민간 선현들을 보고 잘 알 수 있다.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 믿는다면 우리가 지금 이 어려운 때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경기는 하강기도 있고 상승기도 있다. 이제 200년을 온갖 풍상을 겪어 내야 한다면, 지금의 불경기는 단지 수많은 불경기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렵더라도 또 이민해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면, 우리를 어려움에서 구해 줄 사람은 누구도 아닌 우리의 자손일 것이다. 우리의 자손이 200년이 지나 체이스 맨해튼 은행을 소유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월마트 보다 더 큰 기업을 갖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지금 어렵다고 하더라도 다음 세대가 미국사회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교두보가 되자. 후세들이 우리를 밟고 진군할 수 있는 든든한 진지가 되자.

송신철/조지아 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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