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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시리어스맨(A Serious Man)’을 보고

삶이란 부조리의 연속이다

매우 신중한 사나이가 겪는 매우 심각한 블랙 코미디다.

1967년 미국 중서부 지역이 무대다. 유대인이며 물리학 교수인 래리 가프닉(마이클 스털바그 분)은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장으로, 곧 있을 교수회의에서 자신의 종신 재직권(tenure)이 결정될 것을 고대하고 있다. 유대인에게 큰 행사인 아들의 성인식은 2주 후에 있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때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계속 벌어져 그의 조용하던 일상을 뒤흔든다.
아내가 느닷없이 이웃 남자와 좋아하게 됐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비유대인인 이웃과 마당 경계를 놓고 송사에 휘말리게 된다. 학점에 불만인 한 한국계 학생이 몰래 뇌물을 놓고 가서는 사정과 동시에 협박을 한다. 교수회의에 익명의 편지가 날아와 그의 종신 재직권 결정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철저한 물리학자인 그는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기에, 왜 그러한 문제들이 자기에게 닥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친지들과 세 사람의 랍비를 찾아가 봐도 아무런 답을 얻을 수가 없다.
상황은 계속 나빠져 교통사고를 당하고, 군식구로 함께 사는 사회 부적응자 동생이 도박과 남색 호객행위로 경찰에 쫓기게 된다. 아내가 재혼하려던 이웃 남자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데 그 장례비용까지 떠맡게 된다.

커다란 칠판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며 하이젠버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며, 기타 어려운 공식들을 가득 채울 지식은 있지만, 사회생활엔 아마추어인 그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다.

인생의 부조리함을 그들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영상화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코엔 형제의 최근작 ‘시리어스맨(A Serious Man)’은 그 류의 정점에 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특별히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단지 자그마하지만 골치 아픈 일들이 쉼 없이 벌어질 뿐이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이 안 나오는 건들이다.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마을에 토네이도가 몰려오고, 의사로부터 엑스레이 결과에 대해 의논할 게 있으니 당장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가히 무서울 정도로 곤란한 일들이 끝까지 다가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라는 중세 유대교 성서학자의 말이 자막으로 뜬다. 코엔 형제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짤막한 문장 안에 다 들어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반복해 들려주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히트곡 ‘Somebody to Love’의 가사를 인용해 믿었던 진실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 네 안의 모든 희망이 사라질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권위 있는 랍비의 입을 빌어 내놓지만 영화는 아무런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 또한 코엔 형제가 삶을 이해하는 방식인 것이다.


최인화(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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