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아낌없이 주는 나무: 메이플 시럽에 얽힌 이야기
송온경/도서미디어교사·데이비슨 초등학교
브루클린식물원에 일렬로 늘어선 벚나무들에 맺혀 있는 수많은 벚꽃 봉오리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꽃송이를 피우고 있다.
예쁜 꽃송이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나무들도 있지만, 타고난 단맛 수액으로 효자 노릇을 하는 나무들도 있다. 캐나다 퀘벡주 남부 슈거 단풍 농장에서는 농부들이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까지 메이플시럽의 재료가 되는 슈거 단풍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느라 바쁘다.
메이플시럽을 처음 발견한 것은 오래 전 북미 대륙 원주민들이었다. 슈거 단풍나무에 브이(V)자 구멍을 내고 나무의 수액을 나무껍질로 만든 통에 받아 달콤한 음료로 마시거나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오늘날 캐나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메이플향이 나는 햄이나 베이컨도 거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후에 이곳에 와서 정착한 백인들과 모피사냥꾼들은 나무나 쇠통을 이용해 수액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올드 몬트리올 ‘캐나디언 메이플 딜라이트’라는 메이플시럽 전문점에서 파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음식점 지하에 있는 메이플시럽 박물관을 구경했다.
그곳에 전시된 사진과 글을 읽으며 메이플시럽 채취에 얽힌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또 백인들이 이주해 와서 살면서 메이플시럽을 채취하기 좋게 고안한 기구들도 구경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설화에 의하면 숲 속에 있는 슈거 단풍나무에서 달고 맛있는 수액(sap)이 흐르고 있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은 노코미스(Nokomis), 즉 땅(Earth)이었다고 한다.
할머니 노코미스가 그 나무에 구멍을 뚫고 단 수액을 채취하는 것을 지켜본 손자 마나부쉬(Manabush)는 할머니 노코미스에게 인간들이 노력을 하지 않고 슈거를 얻으면 게을러지기 쉬우니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할머니가 아무 응답도 하지 않자 슈거 단풍나무 위에 올라가 물을 한 동이 들이부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는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의 농도는 1~2% 밖에 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일을 해야만 달고 맛있는 메이플시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슈거 단풍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것도 4월 중순부터는 막을 내리게 되는데 농부들은 이웃들과 친구, 친척들을 초청해서 메이플 시즌의 마감을 자축하는 파티를 한다.
남성들이 나무에서 흘러내리는 수액을 지켜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야외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식사도 하고 디저트로 메이플 태피를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다. 올드 몬트리올에서 여름마다 열리는 축제에는 사람들이 이 ‘슈거링 오프 파티’라는 전통행사를 재현하는데 필자가 수년 전 방문했을 때 그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슈가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받아 불에 끓인 것을 눈 위에 붓고는 그것을 막대기에 돌돌 말아 먹는 것이다. 말랑말랑한 천연 메이플시럽이 입 속에서 녹는 맛은 형용할 수 없을만큼 맛있었다.
메이플시럽 채취에 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목에서 초기 이주자들(Early Settlers)의 생활상을 설명할 때 나오는 대목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에게 이 메이플 슈거는 사탕수수 대신 설탕을 대체할 품목으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을 위해 쓰인 메이플시럽에 관한 책은 다음과 같다.
▶Maple syrup season (by Ann Purmell, Holiday House, 2008) ▶Sap to syrup (by Inez Snyder, Children’s Press, 2005)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