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해양오염 초래,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유혹'···해저 석유개발은 현대판 '노다지 캐기'
시추 장비·기술 발달로 "더 멀리 더 깊이"
심해 극한 환경으로 사고 가능성은 커져
그러나 석유자본의 눈에는 검은 노다지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석유를 뽑아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덜 들수록 더 좋은 취급을 받는다. 최근 들어 해저 석유개발이 부쩍 관심을 끄는 까닭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은 석유개발에 있어 심해저가 특히 각광을 받은 시기다. 미국의 앞바다 격인 멕시코만을 기준으로 할 때 얕은 바다에서 석유가 나올만한 곳은 다 손을 댄 상태라 자꾸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연방 정부의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굴착한 해저 유정의 평균 깊이는 바다 표면에서 2100여 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깊이가 3배 가량이나 증가한 것이다. "더 깊이 더 깊이 넣으라"는 말이 요즘 석유개발 업계의 화두임을 이 통계치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시추 장비를 깊이 박아 넣는데 따르는 위험도 또한 그 만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루이지애나 앞바다의 원유누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인명과 막대한 환경 피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해저 석유 시추를 반대하는 생물 다양성 센터의 키어란 서클링 사무국장은 "심해는 너무 너무나 위험하다"고 잘라 말했다.
석유자본들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 크다. 한 예로 미국 정부는 지난 1995년 발효된 법에 따라 해저에서 석유를 개발할 경우 정부에 내야 하는 로열티를 면제해주고 있다. 게다가 육상에서는 큰 매장량을 가진 유정을 찾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반면 해저 개발과 관련된 기술과 장비는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했다. 10~20년 전만 해도 꿈꾸기 어려웠던 심해까지 넘볼 수준이 된 것이다.
심해저는 남극이나 북극보다 더한 극한 환경을 가진 곳이다. 수심 1500피트 이하로 내려가면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 암흑 세상이다. 수심 5000피트 정도의 깊이에 이르면 수온은 섭씨 2~3도에 불과하다. 또 이 수준의 깊이라면 수압은 평방 인치 당 무려 2300파운드에 이른다. 엄지 손가락 하나 만한 면적을 웬만한 덩치의 성인 남자 15명을 합한 몸무게가 누르는 정도이다.
이렇듯 압력이 엄청나다 보니 석유 시추에 필수적인 유압 장치 등이 자칫하면 수압을 견뎌내지 못하고 틈이 벌어지거나 새는 등의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로버트 카니 교수는 "해저 석유 시추장비라도 500피트 깊이에서 사용하는 것과 5000피트에서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르다"며 얕은 바다와 심해저는 환경이 크게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또 심해에 저장된 석유 자원의 경우 말 그대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노터치'(No Touch)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한 예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경우 심해에서는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때문에 흐물흐물한 아스팔트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를 점차 수면 쪽으로 끌어올리면 갑자기 가스 상태로 변하며 로켓이 분사하듯 엄청난 힘을 분출한다.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석유개발 회사들은 최근 평방 인치당 무려 20000 파운드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시추 장비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만일의 사고가 날 경우 적절하게 제어할 기술의 개발은 답보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 루이지애나 앞바다의 고장난 석유채굴 장치에서 하루 평균 수 만 톤의 석유가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고가 난지 20여 일이 지났는데도 마땅히 손을 못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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